이 글은 <월간 토마토> 2024년 6월호에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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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12
배를 타면서 ‘뱃고동’을 울린다. 기쁘게 맞아들이면서 가슴이 ‘고동’을 친다. 고단해서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면서 잔다. 우리가 있는 ‘곳’은 어디인지 새삼스레 돌아본다. ‘고요’하면서 ‘곧’게 뻗는 소리를 ‘고르’면서 ‘곱’게 나누는 노래를 헤아린다. 말에 담는 마음을 ‘곰곰’이 생각한다. 너랑 나랑 잇는 ‘고리’를 ‘공’처럼 둥글면서 가볍게 놓는다.
활가락
우리 손으로 짠 살림이라면 으레 우리말로 이름을 붙인다. 우리 손으로 안 짰더라도, 우리 나름대로 즐기면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잇노라면, 어느 날 문득 우리 숨결을 담아서 새롭게 이름을 얹을 만하다. 활을 쥔 손으로 슥슥 타거나 켜면서 깊고 고즈넉하다가도 높고 빠르게 가락을 일으키는 살림이라면 ‘활가락’이라 할 수 있고, ‘거문고’라는 이름에서 ‘고’를 살려서 ‘활고’라 할 만하다.
활가락 (활 + 가락) : 속을 비워 긴둥근꼴로 나무를 짜서 틀을 싸고, 밖에는 줄을 넷 매고는 어깨에 얹어서, 한 손으로 줄을 잡고 다른 손으로 활로 줄을 타거나 켜면서, 소리와 가락을 깊고 고즈넉하고 높고 빠르고 크게 내는 살림. (= 활고·넉줄고. ← 바이올린violin, 제금提琴, 사현금四絃琴)
새바라기
해를 바라보니 ‘해바라기’이다. 가뭄이 길어 비를 바라니 ‘비바라기’이다. 겨울에 눈놀이를 하고 싶어 ‘눈바라기’를 한다. 사랑을 그리며 ‘사랑바라기’를 한다. 새를 아끼며 곁에 두고 싶은 즐거운 마음이라면 ‘새바라기’를 한다.
새바라기 (새 + 바라다 + -기) : 새를 바라보는 일. 새가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거나 지내거나 있는가를 가만히 보고 알려고 하는 일. (= 새보기·새찾기·새구경·새를 보다·새를 찾다·새를 살피다. ← 탐조探鳥, 버드워칭)
들꽃책집
우리말은 ‘마을’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로 쳐들어와서 마을살림을 짓밟으면서 ‘-洞’이란 이름으로 뒤바꾸면서 ‘마을·말·고을·골’ 같은 이름이 죄 밀려났다. 이러다 보니 ‘洞內’를 옮긴 ‘동네’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이 확 퍼져서 ‘동네책방’처럼 쓰는데, 우리는 ‘마을책집’이나 ‘고을책집’이라 하면 된다. 마을에 여는 자그마한 책집은 들꽃을 닮고 담은 우리 숨결을 책으로 펴는 터전이니 ‘들꽃책집’처럼 새롭게 나타내어도 어울린다.
들꽃책집 (들꽃 + 책 + 집) : 마을에 있는 책집. 마을에서 사는 사람이 가까이에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책집. 마을이 숲을 품을 수 있도록 숲빛 이야기를 담은 책을 다루면서 이웃하고 나누는 징검다리 노릇을 하고, 책으로 생각을 펴고 북돋우는 쉼터이자 만남터 노릇을 하는 책집. 마을에 깃든 살림집이 마을 곳곳에 들꽃이 자라도록 북돋우고 들빛을 나누려는 삶결이듯, 마을에 깃든 책집은 더 높거나 이름난 책보다는 마을살림을 헤아리는 책을 조촐히 건사하면서 들꽃빛 이야기를 나눈다. (= 들꽃책밭·들꽃책터·들꽃책집·들꽃책가게·마을책숲·마을책밭·마을책터·마을책집·마을책가게·고을책숲·고을책밭·고을책터·고을책집·고을책가게. ← 동네책방, 독립서점, 소형서점, 지역서점, 오프라인 서점, 향토서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