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
화창단 지음, 이한상 옮김, 신순항 감수 / 월천상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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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 그림책비평 2024.7.23.

그림책시렁 1450


《잡다》

 화창단

 이한상 옮김

 월천상회

 2024.6.25.



  우리 손은 ‘잡’고 ‘쥐’고 ‘줍’습니다. 손은 ‘ㅈ’으로 잇는 여러 길을 가요. 손으로 ‘짓’습니다. 발로는 짓지 않아요. 손으로 ‘빚’습니다. 발로는 빚지 않아요. 발로는 섭니다. 발로는 걷습니다. 발로는 오가거나 다닙니다. 발로는 뛰고 달립니다. 《잡다》를 곰곰이 읽습니다. 줄거리로 본다면 어린이를 가르치려는 뜻이 짙은데, ‘가르치’려고 하다가 그냥그냥 끝났네 하고 느껴요. 가르치는 그림책이 나쁘지 않습니다만, 가르치려는 뜻을 앞세울 적에는 어쩐지 허전합니다. 굳이 뭘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우리가 어른이자 어버이로서 아이 곁에서 함께 일하고 놀고 나누고 펴고 누리는 하루를 그리면 넉넉하다고 느껴요. ‘가르치려 하지 않기에 가르칠’ 수 있어요. 살림을 함께짓는 손길이기에 부드러이 스미듯 가르칩니다. 살림살이를 수수하게 다루면 어느새 서로 가르치고 배웁니다. 파랑새를 억지로 잡는다는 줄거리처럼, 아이를 가르치기만 하려고 들면, 그만 다그치는 굴레로 치닫습니다. 오늘날 이 나라 배움불굿(입시지옥)이 ‘가르치고 배우는 살림’하고는 아주 동떨어진 ‘달달 외워서 길들기’이거든요. 서로 손을 잡으면서 살림길을 걸어가기를 바라요. 새하고도 풀벌레하고도 숲집승하고도 한마음으로 다가서기를 바라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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