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집짓기 2024.6.25.불.



새끼 제비는 어미 제비가 ‘집짓기’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 알겠니? 어미 제비를 이룰 ‘암수 어미’ 둘이 먼저 둥지를 지어 놓고서야 알을 낳아. 새끼 제비는 “이미 다 지은 집”에서 “느긋하고 아늑하게 깨어나서 천천히 밥을 누리며 자란”단다. 이윽고 날갯짓을 익혀서 ‘둥지나기’를 하더라도 ‘다 큰 새끼 제비’가 ‘집짓기’를 볼 일이란 없단다. 다만, 다 크더라도, 봄에 찾아온 어미 제비가 깃들어서 저희를 낳은 곳에서 밤마다 모여서 포근히 지내는데, 이동안 마음으로 느끼지. 새벽에 일어나서 한참 날아다니면서 ‘우리 집’이 어떠한지 살펴본단다. 어미 제비한테서 사냥을 배우는 사이에 날개와 부리를 어떻게 다루는지 찬찬히 물려받지. 이제 가을을 앞둔 철이 다가오면, 무리를 지어 바다를 훅 건너가는데, 하늘을 날며 바람을 가르며 숱한 또래 제비를 만나는 동안, “아! 나도 나중에 우리 엄마아빠처럼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짓고 싶구나!” 하고 꿈을 그린단다. 해를 건너 새봄에 어미 제비랑 ‘옛집·옛터’로 돌아오면, ‘옛집’ 옆에 ‘새집’을 짓지. 어미 제비가 이제 없으면 어미 제비가 지은 집을 이어받아서 고쳐. 사람이 낳은 아기를 헤아려 보렴. 어버이는 아기가 자라 아이로 뛰놀고서 푸른날을 거치며 철드는 길에 아이들이 ‘집짓기’를 하기를 바라지 않아. 굳이 안 가르친단다. 함께 지내면서 가만히 돌아보고, 스스로 느끼는 바를 살려서 어느 날 “아! 나도 머잖아 새로 보금자리를 일굴 수 있을까? 우리 삶터가 하나 늘면 한결 즐겁겠지!” 하고 꿈을 그릴 만해. ‘새끼 제비’나 ‘아기’가 굳이 ‘새집’을 지어야 하지 않지만, 더구나 어버이한테서 ‘집짓기’를 따로 안 배우지만, 이미 몸과 마음에는 ‘살림짓기’라는 숨빛이 흐른단다. 오늘 ‘어버이’로 살아가는 너희도 예전에는 다 ‘아기’였고 ‘아이’인 줄 알 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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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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