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박하다 薄
인심이 박하다 → 마음이 차다 / 마음이 차갑다
학점이 박하기로 → 셈값이 짜기로 / 눈금을 적게 주기로
이익이 박한 상품 → 조금 남는 것
이윤이 좀 박하기는 했지만 → 몫이 좀 적기는 했지만
얼음이 박하니 → 얼음이 얇으니
맛이 박하다 → 맛이 떨어지다 / 맛이 나쁘다
‘박하다(薄-)’는 “1. 마음 씀이나 태도가 너그럽지 못하고 쌀쌀하다 2. 이익이나 소득이 보잘것없이 적다 3. 두께가 매우 얇다 4. 맛이나 품질 따위가 변변치 못하다”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이 뜻처럼 ‘갈기다·휘갈기다·거칠다·강파르다·겨울·한겨울’이나 ‘얼다·차갑다·차다·추위·마음없다’나 ‘곱·곱재기·꼽·꼽재기·꽁·꽁하다·새알곱재기’로 손봅니다. ‘가난하다·거스르다·돈닢·돈푼·닢·푼돈’이나 ‘깎다·깎아치다·깎아내리다’로 손볼 만하고, ‘꼴같잖다·꼴사납다·꼴없다·몰골사납다·볼꼴사납다·볼썽사납다’로 손봅니다. ‘나쁘다·사납다·눈밖·떨어지다·뚝뚝·무뚝뚝·사랑없다’나 ‘메마르다·매몰차다·모자라다·못 미치다·적다·비좁다·좁다·얇다’로 손보고, ‘변변찮다·보잘것없다·볼것없다·볼품없다’나 ‘초라하다·추레하다·팍팍하다·하찮다·후줄근하다’로 손보아도 어울립니다. ‘서늘하다·싸늘하다·쌀쌀하다·사람답지 못하다’나 ‘서푼·시답잖다·시시하다·싸다·싸구려’로 손볼 수 있고, ‘알량하다·잡살뱅이·쫄때기·좀스럽다·좁싸라기’나 ‘쥐꼬리·쥐뿔·조금·좀’으로 손보면 되어요. ㅅㄴㄹ
인심 어떻던고 후하던가 박하던가
→ 마음씀 어떻던고 나은가 나쁜가
→ 마음 어떻던고 넉넉한가 팍팍한가
→ 마음씨 어떻던고 따뜻한가 차갑나
→ 마음결 어떻던고 곱나 얄궂은가
→ 마음꽃 어떻던고 알찬가 볼품없나
→ 마음빛 어떻던고 도탑나 메마른가
《한용운 시집》(한용운, 정음사, 1974) 147쪽
이 박한 땅도 녹두밭 웃몰 사람들이 주인이 된 것은 1948년 이후였다
→ 이 메마른 땅도 녹두밭 웃몰 사람이 임자가 된 때는 1948년 뒤였다
→ 이 거친 땅도 1948년이 지나서야 녹두밭 웃몰 사람이 일굴 수 있었다
→ 이 팍팍한 땅도 1948년 뒤에야 녹두밭 웃몰 사람이 일굴 수 있었다
《더 이상 우리를 슬프게 하지 말라》(오연호, 백산서당, 1990) 28쪽
일이 힘들지 않은 대신 급여는 매우 박했다
→ 일이 힘들지 않으나 일삯은 매우 적다
→ 일이 힘들지 않으나 일삯은 변변찮다
→ 일이 힘들지 않지만 품삯은 쥐꼬리이다
→ 일이 힘들지 않지만 돈은 초라하다
→ 일이 힘들지 않아도 일삯은 보잘것없다
→ 일이 힘들지 않아도 일삯은 몇 푼 안 된다
《그늘 속을 걷다》(김담, 텍스트, 2009) 83쪽
박한 원고료 모아
→ 적은 글삯 모아
→ 쥐꼬리 글삯 모아
→ 티끌 글삯 모아
《정말》(이정록, 창비, 2010) 18쪽
그런 일은 보수가 박하거나
→ 그런 일은 일삯이 적거나
→ 그런 일은 돈을 적게 주거나
《돈이 필요 없는 나라》(나가시마 류진/최성현 옮김, 샨티, 2018) 94쪽
직박구리한테 박하게 쫓겨나는 모습을
→ 직박구리한테 매몰차게 쫓기는 모습을
→ 직박구리한테 쪼이며 쫓겨나는 모습을
→ 직박구리한테 마구 쫓겨나는 모습을
《내가 새를 만나는 법》(방윤희, 자연과생태, 2019) 118쪽
전문가 집단은 관습적인 영화에 대해 박하게 평가하기 마련이다
→ 재주님 무리는 뻔한 보임꽃을 낮게 보게 마련이다
→ 잘 아는 분들은 흔한 봄꽃을 얕보게 마련이다
《한국영화 표상의 지도》(박유희, 책과함께, 2019) 4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