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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깡 ㅣ 그림 없는 동시집 3
안오일 지음 / 브로콜리숲 / 2023년 2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4.6.21.
노래책시렁 432
《뽈깡》
안오일
브로콜리숲
2023.2.25.
어버이는 아이 말을 그대로 받아적을 수 있습니다. 아이는 굳이 글을 쓸 마음이 없이 모두 말로 풀어냅니다. 아이가 입으로 터뜨리는 모든 말은 노래이니, ‘아이말’을 하나하나 옮기면 어느새 ‘아이노래’로 피어납니다. 나이든 할매할배 가운데 글을 쓰는 어른이 있으나, 할매할배도 아이 못지않게 애써 글을 쓸 마음이 없이 으레 말로 풀어냅니다. 어른이 입으로 들려주는 온갖 말은 노래이니, ‘어른말’을 곰곰이 옮기면 어느덧 ‘어른노래’로 깨어납니다. 《뽈깡》은 글쓴이가 ‘할매말’을 ‘할매노래’로 옮겨적었구나 싶은 글자락입니다. 다만, 할매말을 옮겨적으려면 글쓴이 말을 삼갈 노릇입니다. 글쓴이 말을 노래(시)로 바꾸고 싶다면 할매말은 안 옮겨적어야 합니다. 또는 글쓴이하고 할매가 오롯이 한마음과 한살림과 한하루로 흐를 노릇입니다. ‘문학·동시’를 이루겠다는 마음이 퍽 앞서간 듯싶습니다. 입으로 말소리를 낼 적에는 멋스럽거나 좋거나 훌륭하거나 대단한 마음을 내놓으려는 뜻이 아니겠지요. 말소리를 글로 옮길 적에도 매한가지입니다. 뭔가 배울 만하거나 가르칠 만한 줄거리를 맞추려 하지 말고, 그저 마음으로 듣고 마음으로 속삭이고 마음으로 담으면 넉넉합니다.
ㅅㄴㄹ
쪼그만 것들이 / 힘도 세요, 땅을 뚫었어요 // 그러게 말이다 / 흙 한 톨에도 뽈깡 / 물 한 방울에도 뽈깡, 헐헐 (뽈깡/15쪽)
놔둬라 / 짐이 밥이 되는 과정인께 / 과정 없이 얻는 건 싸라기만도 못한께 (짐과 밥/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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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깡》(안오일, 브로콜리숲, 2023)
껍질이 얇아졌다
→ 껍질이 얇다
1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