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눈물은 눈물로 (2024.5.11.)

― 부산 〈카프카의 밤〉



  지난달에 이은 ‘이응모임, 이오덕 읽기 모임’ 두걸음을 폅니다.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이오덕을 읽는 눈으로 우리 마음과 살림을 읽자’는 줄거리를 들려주고 나누다가 쪽글을 슥 씁니다. 무슨 글을 써야 할는지 지난달에도 이달에도 모르겠다는 이웃님 말씀을 가만히 듣다가, “눈물이 나올 듯하다 / 오늘은 / 여기까지만 적어 본다.” 이렇게 석 줄을 그대로 옮겨도 글이자 노래(시)이고, “뭘 써야 할는지 몰라서 / ‘뭘 써야 할는지 모르겠다’ 하고 / 적었다”처럼 우리 오늘 이곳 마음을 고스란히 옮겨도 넉넉히 글이자 노래라고 보탭니다.


  글은 잘 써야 하지 않고, 말은 잘 해야 하지 않습니다. 저는 오래도록 말더듬이로 살지만, 둘레에 나누고 싶은 마음이 무엇인지 헤아려서 소리를 옮기는 말을 폅니다. 제가 쓰는 글이 얼마나 읽히는지 알 턱이 없지만, 이웃하고 나누려는 생각을 곰곰이 가다듬어서 그림으로 담는 글을 여밉니다.


  살림을 잘 해야 하지 않습니다. 살림을 하면 됩니다. 사랑을 잘 해야 하거나, 첫사랑을 이루어야 하지 않습니다. 사랑을 알아보고 맞아들이고 품어서 씨앗으로 돌보면 됩니다. 좋은 살림과 나쁜 살림이 없고, 좋은 말과 나쁜 말이 없습니다. 좋은 사랑과 나쁜 사랑이 없고, 좋은 글과 나쁜 글이 없습니다.


  살림과 사랑도, 말과 글도, 좋거나 나쁘다고 가르지 않아요. 살림을 하기에 살림이고, 사랑을 하기에 사랑입니다. 말을 하기에 말이고, 글을 쓰기에 글입니다.


  떠난 어른 이오덕 님은 우리한테 바로 이 대목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 같은 말을 남기면서, “어른도 아이로 태어나서 어린이로 자랐으니, 어린이하고 똑같이 시인이다” 같은 말씀을 남겼다고 느껴요.


  눈물이 나는 말은 눈물을 그대로 옮기니 노래입니다. 아이하고 함께 읽을 책을 먼저 즐겁게 읽는다면, 아이는 저절로 어버이랑 함께 즐겁게 책을 폅니다. 아이하고 함께 지을 살림을 즐겁게 가꾸면, 아이는 언제나 스스럼없이 어버이 곁에 나란히 살림짓는 손길을 펴면서 사랑으로 빛납니다.


  우리가 어른이나 어버이라고는 하더라도, 막상 스스로 먼저 이슬받이라는 길을 안 간다면, 아이들이 책을 싫어하거나 살림하고 등져요. 들에서는 들풀이고, 숲에서는 숲풀이에요. 우리 보금자리에서는 보금빛이요 보금사랑이면서 보금글과 보금책입니다. 꾸미지 않으려 하면, 꾸리고 가꾸고 일굽니다.


  어미새는 새끼새한테 사랑·살림。숲을 삶으로 물려주려고 온마음을 기울입니다. 낳은 아이랑 이웃집 아이를 모두 사랑으로 마주한다면, 누구나 늘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노랑의 미로》(이문영, 오월의봄, 2020.5.18.)

《실험이 땡긴다》(이나무, 그린유니버시티, 2024.3.15.)

《산복도로 골목을 품다》(수정4동 르네상스 주민협의회, 갤러리수정, 2018.11.15.)

《연산동 300-17》(은성군, 은성군, 2023.11.)

《안녕 주정뱅이》(권여선, 창비, 2016.5.16.)

《우리도 크면 농부가 되겠지》(이오덕 엮음, 양철북, 2018.2.2.)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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