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살림하는 2024.5.18.흙.
살리니까 살고, 죽이니까 죽어. 펑펑 쏘고 꽝꽝 터뜨리고 팍팍 밟으니 죽겠지. 살살 북돋우고 슬슬 돌보고 가만히 기다리면 살아나. 사람도 뭇목숨도 ‘목’으로 ‘숨’을 이어. 다만 ‘목’이라는 모습은 모두 다르지. ‘목’이란 안과 밖을 잇는 길이야. 바깥것이 안쪽으로 들어올 적마다 거치고, 안엣것이 바깥쪽으로 나갈 적마다 거쳐. 안쪽으로 들어올 적에는 속에서 품고 살아날 만하게 숨을 담아. 바깥쪽으로 내놓을 적에는 밖에서 받아들여 풀어낼 만하게 숨을 실어. 사람과 풀꽃나무는 들숨과 날숨이 서로 다르기에 어울려. 사람과 뭇목숨도 ‘암수’가 서로 다르기에 어울려서 한집을 이루지. ‘목숨(생명)’을 이루려면, 바람하고 물을 섞어. 바람하고 물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서 ‘몸’이 달라. ‘몸’을 이루려고 ‘바람 + 물’이라는 길을 여는 ‘넋’인데, ‘빛’을 빛씨가 빛알로 탄단다. ‘씨’나 ‘알’로 고루 섞거나 타거나 심으니, 바람과 물이 살랑살랑 춤을 추면서 ‘꼴’을 갖추지. ‘꼴’은 곧 어느 ‘모습’으로 드러나고, 바야흐로 ‘몸’을 입는데, 이동안 섞거나 타거나 심는 빛(빛씨·빛알)에 맞추어 ‘마음’이 생긴단다. 아직 엄마몸에서 자라거나 ‘알’에서 클 적에는 “몸으로 입어서 마주할 삶”을 어떻게 마음에 담으려는지 생각하지. ‘생각’을 하도록 네 ‘넋’은 늘 새로 ‘빛’을 보탠단다. 그러니까 “몸 = 빛 + (바람 + 물)”이라 할 테고, 이 몸은 무엇이든 해보면서 무엇이든 ‘마음’에 담아서 ‘말’을 빚어. 아주 마땅히 모든 목숨은 몸·마음·빛이 다르니 말이 다르지만, 넋이 하나이기에 서로 마음이 만나는 말을 나눌 수 있어. “살림하는 길”이란, 네가 몸·마음을 제대로 보면서, 넋으로 빛(생각)을 지어서 늘 심고서 가꾸는 하루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