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 내가 안 쓰는 말 . 사전 2023.8.6.



이야기를 하려는 마음이면

뜻을 읽고 생각을 이어서

새롭게 함께 지을 살림을

말 한 마디에 얹는다


사랑으로 어린이랑 살기에

수수께끼를 엮고 나누면서

앞으로 같이 가꿀 마을을

말 한 도막에 담는다


푸르게 풀꽃나무를 품기에

들숲바다 곁에서 살아가며

스스로 일구는 보금자리를

말 한 자락에 싣는다


새는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람은 너랑 나 사이에

눈빛을 틔우며 포근하고

숨길을 열면서 아름답다


ㅅㄴㄹ


소리는 같되, 한자가 다른 ‘사전’이 있습니다. ‘사전(事典)’은 “삶과 살림이 무엇인지 이야기로 풀어서 모으거나 엮은 꾸러미”를, ‘사전(辭典)’은 “삶과 살림이 무엇인지 담은 낱말마다 뜻을 풀고 보기글을 달아서 모으거나 엮은 꾸러미”를 가리킵니다. 한자를 밝히거나 뜻을 새겨도 헷갈릴 사람이 많을 테지요. ‘사전事典 = 살림꾸러미·살림숲·이야기숲’이요, ‘사전辭典 = 낱말꾸러미·낱말숲·말꽃’인 셈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처음부터 ‘이야기책’하고 ‘말책’처럼 쉽고 수수하게 이름을 붙일 만해요. ‘이야기꽃·이야기꾸러미·이야기모둠’하고 ‘말꽃·말꾸러미·말모둠’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우리는 이 삶 곳곳에서 겪거나 마주하거나 누리는 일마다 ‘이야기’를 느끼고 얻고 지어요. 우리는 이 삶 곳곳에서 겪거나 마주하거나 누리는 일마다 느끼거나 얻거나 짓는 이야기를 ‘말’로 그리고 나타내고 나눕니다. ‘사전事典 = 여러 일이 어떤 이야기로 이루는가를 밝히는 꾸러미’요, ‘사전辭典 = 모든 일을 이야기로 담아내는 바탕인 낱말을 차근차근 짚고 밝히는 꾸러미’라고 하겠습니다. 낱말에 담은 숨결을 읽고, 낱말로 이야기를 엮은 마음을 나눕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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