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 손웅정의 말
손웅정 지음 / 난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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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책살림 2024.5.13.

까칠읽기 1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손웅정

 난다

 2024.4.20.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손웅정, 난다, 2024)를 읽었다. 부산마실을 하며 들른 마을책집에 갓 들어왔다고 하기에, 서서 읽었다. 처음에는 이 책을 사려고 했으나, 서서 다 읽은 뒤에 곱게 내려놓았다. 손웅정 님이 들려준 ‘말’은 그동안 여러 자리에서 들려준 ‘말’에 거의 다 나왔다. 숱한 만나보기나 이야기에서 이미 들은 ‘말’을 다시 들어도 즐거웠되, 이 책 나름대로 손웅정 님 ‘글’을 못 살리네 싶더라. 그렇다면, 엮은이나 펴낸이는 왜 ‘글’을 살리지 못 한 채 뒤죽박죽으로 ‘말’을 섞었을까? 손웅정 님은 자꾸자꾸 “난 무식한 놈”이라고 말하는데, “난 모른다(무식)”고 하는 말에 어떤 밑뜻이 흐르는지 얼마나 새겼을까? 곰곰이 보면, 누가 손웅정 님한테 뜬금없구나 싶은 말로 물어보더라도, 손웅정 님은 곧고 굳게 “삶으로 배운 말”을 들려주고, “곁님과 아이하고 살림하면서 익힌 말”을 들려준다. 다시 짚어 본다면, 엮은이나 펴낸이는 손웅정 님처럼 ‘살거나 살림하거나 사랑하지 않은’ 채 이 꾸러미를 여미었구나 싶다. 스스로 길을 찾아서 즐겁게 걸어가는 사람은, 예닐곱 해뿐 아니라 스무 해나 서른 해 동안 밑동(기본기)을 익히면서 보내더라도 짜증내거나 싫어할 까닭이 없다. 첫머리에 나오는 여러 말 가운데 “머리 나쁜 놈은 또 하고 다시 하고 거듭 하고”를 들려주는 대목이 있는데, 우리는 으레 ‘다시하기·새로하기·거듭하기’를 거의 안 한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기는 사람은 다시 안 하고 새로 안 하고 거듭 안 한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낱말책(국어사전)을 쓰는 일을 하는 내 얘기를 적어 본다면, 나는 ‘가다’ 같은 낱말을 벌써 10000이 거뜬히 넘도록 낱말책에서 뜻풀이를 다시 살피면서 읽고 새긴다. ‘존재·시작·필요’ 같은 일본 한자말도 나란히 10000이 훨씬 넘도록 낱말책에서 다시 살피고 읽고 돌아본다. “이미 안다”고 여길 적에는 끝이요 죽음이다. “예전에는 예전만큼 알았어. 오늘은 오늘만큼 새로 배우자”고 여기기에 다시 하고 또 하고 새로 하면서 스스로 선다. 날마다 밥을 새로 해서 먹고, 날마다 숨을 새로 마시고, 날마다 햇볕을 새로 쬔다. 이 밑동을 엮은이와 펴낸이가 그닥 못 읽고 못 느낀 채, 여러모로 보면 좀 서두르거나 섣불리 책을 낸 듯싶다. 애쓴 땀은 알겠으나, “(아들 손흥민) 기본기 훈련 7년이 즐겁다”고 들려준 ‘말’처럼, 예닐곱 해쯤 품을 들이고 땀을 들였으면, 예닐곱 해쯤 품을 들이고 땀을 들이는 나날이 지겹거나 짜증스럽지 않을 뿐 아니라 즐겁다고 여겼다면, 아마 아주 놀랍고 아름다운 책이 태어났으리라 본다.



“어쩔 수가 없어요. 머리 나쁜 놈에게는 반복 또 반복, 반복만이 답이니까요.” (18쪽)


“내가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요.” (20쪽)


“아이가 이거 정말 하고 싶다 그러면요, 부모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들어줘야 해요.” (22쪽)


+


몇 날 며칠을 허송으로 보냈습니다

→ 몇 날 며칠을 그냥 보냈습니다

→ 몇 날 며칠을 넋놓고 보냈습니다

→ 몇 날 며칠을 멍하니 보냈습니다

7쪽


이 노트가 이토록 자유럽게 여러 권으로 기록될 수 있던 건 단 한 번도 책으로의 귀환을 꿈꿔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 책으로 낼 마음이 아예 없기 때문에 글을 마음껏 썼습니다

→ 책을 낼 뜻이 조금도 없기 때문에 홀가분하게 글을 썼습니다

8쪽


저에게 책은 절대적인 거지요

→ 저한테 책은 모두이지요

→ 저한테 책은 하늘이지요

→ 저는 책을 대단하게 봐요

15쪽


뭔가 타격감이 다르더라고요

→ 치는 맛이 다르더라고요

→ 때리는 맛이 다르더라고요

16쪽


사자성어나 새길 단어에는 별 표시도 하고

→ 넉글씨나 새길 낱말에는 별도 그리고

→ 네글한자나 새길 말에는 별도 넣고

16쪽


애들한테 어릴 적부터 가정이야말로 최초의 학교고, 또 최고의 학교란 걸 계속 말해 줬어요

→ 애들한테 어릴 적부터 집이야말로 첫 배움터고, 또 으뜸 배움터인 줄 자꾸 말해 줬어요

해 줬어요

→ 애들한테 어릴 적부터 집에서 처음 배우고, 또 으뜸으로 배운다고 내내 말해 줬어요

22쪽


그렇게 생각하게 하고, 상상하게 하고, 성찰하게 하고, 결국에는 사색하게 만든다고요

→ 그렇게 바라보라 하고, 그리라 하고, 돌아보라 하고, 마침내 생각하라 하고요

→ 그렇게 보라 하고, 그리라 하고, 헤아리라 하고, 마침내 생각하라 하고요

2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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