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3.30.
《무한한 하나》
김대성 글, 산지니, 2016.10.28.
앵두나무는 오늘도 흐드러진다. 딸기꽃은 가만히 늘어난다. 며칠 앞서부터 듣는 봄제비 노랫가락을 따라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해마다 봄이면 지난해 제비하고 올해 제비가 얼마나 다른지 눈여겨본다. 마을과 시골에 돌아오는 제비는 부쩍 줄지만, 늦여름과 첫가을에 마을들을 살피면 이럭저럭 제비떼가 모이기는 한다. 제비를 비롯한 뭇새한테 우리나라는 차츰차츰 살기 나쁜 곳으로 뒹군다. 새한테 살기에 나쁘다면, 사람한테는 얼마나 사납고 메마를까. 새를 잊는 사람은 이웃을 잊는다. 새노래를 등지는 사람은 동무를 모른다. 새를 품고 사랑할 줄 알기에 스스로 살림을 짓는 숨결을 노래한다. 《무한한 하나》를 진작 읽었고, 느낌글을 쓰려고 한참 묵힌다. 요즈음은 느낌글을 더 묵혀서 쓴다. 바로바로 쓸 수 있되, 하루를 묵히면 하루치 눈썰미를 더 담고, 달포를 묵히면 달포치 눈빛을 더 얹는다. 하루새뜸(일간신문)에 나오는 느낌글뿐 아니라, 여느 새뜸글도 안 읽은 지 한참 된다. 삭이거나 묵히거나 재우지 않은 채 날마다 쏟아내는 글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도 날마다 글을 쓰지만, 웬만한 글은 몇 이레나 몇 달쯤 가볍게 묵히고, 몇 해나 열댓 해도 거뜬히 묵힌다. “끝없는 하나”란, 어제하고 오늘을 잇는 길이 한결같다는 숨소리일 테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