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4.24.
오늘말. 물
어디에서나 물을 마십니다. 시골집에서는 멧골에서 샘솟는 물을 마십니다. 서울에서는 내도 가람도 아닌 꼭지를 틀면 나오는 물을 마십니다. 물마다 빛결이 다릅니다. 시골물에는 숲빛이 서리고, 서울물에는 매캐하거나 어지러운 빛깔이 섞입니다. 누구나 샘물을 마신다면 샘처럼 새롭게 빛나는 하루를 누립니다. 누구나 샘물을 모른다면, 그만 빛기운이 모자란 나머지 자꾸 싸워요. 안팎으로 다투거나 치고받더군요. 자꾸 부딪치면서 미워하고 말아요. 숲에서 비롯하는 숲물을 마시는 사람은 엇갈리지 않아요. 들에서 퍼지는 들물을 머금는 사람은 들끓거나 툭탁거리지 않습니다. 가두리에 고이고 만 물을 마셔야 하니 내처 갈리면서 으르렁거립니다. 새벽마다 잎에 맺는 이슬을 마시는 풀벌레하고 새하고 숲짐승은 포근히 어우러지는 숲살림을 헤아립니다. 잎물도 꽃물도 잊은 채 꼭짓물에 갇힌다면, 빛접은 물빛이 비었으니 어느새 처지면서 어둡게 잠깁니다. 해는 빈자리에도 비춥니다. 들숲바다뿐 아니라 서울도 비추고 귀퉁이도 고르게 비추는 해예요. 비는 어디에나 내립니다. 비가 안 내리는 곳은 없습니다. 봄날에 봄빛으로 물들면서 봄노래이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안다툼·안싸움·집안싸움·집싸움·갈리다·엇갈리다·다투다·싸우다·치고받다·툭탁거리다·부딪치다·미워하다·싫어하다·으르렁·어지럽다·어수선하다·끓다·들끓다 ← 내란(內亂), 내분(內紛), 내전(內戰), 부부싸움(夫婦-)
모자라다·없다·떨어지다·빠지다·빠뜨리다·비다·빈자리·빈곳·빈구멍·빈구석·적다·줄다·다 팔다·모두 팔다·몽땅 팔다·동나다 ← 결품(欠品·缺品)
결·맛·물·꽃물·꽃빛물·꽃물감·빛·빛깔·빛결·빛기운·빛값·빛나다·빛있다·빛접다·빛살·빛발 ← 색감(色感), 발색(發色)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