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3.21.

오늘말. 미리길

처음에는 푸른별 어디에서나 이웃별을 만날 만했습니다. 나라가 없고 서울이 없던 무렵에는 사람들 누구나 들숲바다에서 살림터를 일구면서 별바라기를 하고 해바라기를 하면서 숲바라기를 했어요. 나라가 서면서 별보기를 등지고 해보기도 등돌리더니 숲보기도 잊어요. 옆나라를 치면서 땅을 넓히려는 우두머리가 수두룩합니다. 활활 사르면서 총칼을 앞세워 쳐들어가고, 마을을 불태우고 사람마저 불사르면서 이웃 살림터를 지우는 굴레가 잇달았습니다. 이 별에서 태어난 첫걸음을 헤아린다면, 싸우거나 겨루거나 다툴 까닭이 없습니다. 꿈을 지피는 길이 아닌, 미움과 시새움으로 발맞추면서 뒹굴 적에는 그만 스스로 망가져요. 날마다 별하늘을 그리다가 생각합니다. 시골에서조차 별빛이 흐린 오늘날이라면, 큰고장에서는 별누리를 아예 안 쳐다볼 수 있습니다. 먹고사느라 바쁘니까, 하루가 고단하니까, 별밤그림은 안 대수롭다고 여길 만해요. 아주 멀지 않은 앞날에 아이들이 어떤 터전을 물려받을는지 헤아려 봅니다. 별도 해도 숲도 없는 삶터를 물려주어도 될까요? 이제부터 미리길을 가다듬어 미리꽃으로 가꿀 수 있기를 바라요. 먼지를 함께 치워요.


ㅅㄴㄹ


태우다·타다·사르다·불태우다·불사르다·없애다·지우다·치우다·지피다·피다 ← 소각(燒却)


맛보기·맛선·맞추다·맞춤·먼저가다·먼젓길·먼저하다·미리·미리감치·미리가다·미리길·미리꽃·미리하다·앞보다·앞서보다·발맞춤·손맞춤·혀맞춤·첫걸음·첫길·첫발·하다·해두다·해오다·해놓다·해보다·장난 ← 전초전(前哨戰)


별그림·별밤그림·별빛그림·별나라·별누리·별터·별판·별바라기·별보기·별빛·별하늘 ← 플라네타륨(planetarium)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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