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3.4.

오늘말. 여리다


아이는 어느 누구한테도 굽신굽신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스스로 낮추지 않고, 둘레를 떠받들지 않아요. 아이는 모든 사람과 숨결과 목숨과 살림을 고르게 바라보면서 포근하게 품습니다. 나이가 적기에 낮춤말을 쓸 까닭이 없습니다. 나이가 많기에 받들어야 하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마주하니 서로 섬기면서 큰절을 올려요. 반갑게 만나서 즐겁게 이야기하는 사이라서 사근사근 구순하게 어울립니다. 조아려야 할 사람하고는 수다를 못 떱니다. 마음을 틔우고 살가운 사람이니 수다꽃을 피웁니다. 누구하고나 얘기꽃을 피운다면 온누리가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아이는 누구한테느 부드러이 다가섭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언제 어디에서나 보드랍게 눈길을 뻗고 손길을 내밀면서 여린 꽃잎을 쓰다듬을 만하리라 생각해요. 삶내음이 삶넋으로 번져요. 삶길을 삶글로 옮겨요. 삶결을 북돋우니 스스로 깨어나요. 대단한 나라나 사람을 우러르려 하지 말아요. 아무도 대단하지 않습니다. 아니, 대나무라면 대수롭습니다. 곧게 뻗는 대나무처럼, 꽃대가 곧고 장대가 길고 바지랑대가 튼튼합니다. 붓대를 쥐고서 우대로 글월을 띄워요. 아래대 이웃을 만나러 가요.


ㅅㄴㄹ


하루·살다·살아가다·삶·삶결·삶글·삶넋·삶얼·삶내음·삶빛·수다·수다꽃·얘기·얘기꽃·나날살이·날·일·일살림·부드럽다·보드랍다·여리다·구수하다·구성지다·구순하다·조용하다·따뜻하다·따사롭다·포근하다·아늑하다 ← 서정적(抒情的/敍情的)


굽신굽신·굽실굽실·깎음말·낮추다·낮춤말·떠받들다·받들다·모시다·모심길·모심손·섬기다·섬김길·섬김손·올리다·올려주다·올림질·올림길·우러르다·우러러보다·조아리다·작은절·절·큰절 ← 사대(事大), 사대주의, 사대사상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