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2.12.
《제주 북쪽》
현택훈 글, 21세기북스, 2021.8.10.
몸살이 나아간다. 큰아이하고 낮밥을 짓고, 빨래를 하고, 쉬고, 숨돌리고, 보금자리 살림길을 생각하고, 멧새가 드나드는 소리를 듣고, 집안일을 하다가, 어지럽고 후들거리지만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온갖 집일과 집밖일을 맡는 길이니, 핑글핑글 어지러운 몸으로도 움직인다. 다만 더 천천히 걷고 더 자주 쉰다. 큰아이하고 읍내 기스락숲을 거닐면서 숲바람을 생각하고, 이 겨울 멧새노래를 새삼스레 곱씹는다.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언제나 새를 동무할 수 있으면, 우리 삶터는 무척 아름답겠지. 《제주 북쪽》을 읽으면서 여러모로 아쉬웠다. 여느 낱책으로 제주 한켠을 얼마나 담을 수 있겠는가. 제주라는 고장을 조촐히 담으려는 뜻은 안 나쁘되, 좀 섣불렀다고 느낀다. 요새는 다들 책을 너무 빨리 서둘러 내더라. 어느 일이나 길을 고작 서너 해나 대여섯 해쯤 해보고서 뚝딱 낸다면 어떤 줄거리이겠는가. 나고자란 고장을 다루는 책이라 하더라도, “우리 마을과 삶터를 처음부터 다시 짚자”는 마음으로 스무 해를 뚜벅뚜벅 거닐면서 품은 다음에 붓을 쥘 노릇이라고 본다. ‘열 해’를 두 벌 품는 눈빛일 때라야 글빛이 싱그럽다. 가볍게 쓴 책은 가벼운 티가 난다. 깊고 넓게 돌아본 책은 깊고 너른 빛이 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