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2.27.

오늘말. 느루


하기 싫다면 건너뜁니다. 버겁거나 번거로우니 빠져요. 바쁜 다른 일이 있어 빈자리가 생기고, 문득 빈곳을 보고는 꽃씨 한 톨을 슬쩍 묻습니다. 아프거나 앓는 사람더러 빠지지 말라고 할 수 없습니다. 꼭 안 나와도 돼요. 느긋이 쉬면서 몸을 달래기를 바랍니다. 갈수록 시골은 비고, 서울은 늘어나는데, 머잖아 서울마저 빌 수 있어요. 아직은 서울로 우르르 몰릴 만하지만, 싸울아비도 돈도 이름값도 부질없는 줄 깨닫는다면, 꼬박꼬박 서울에 얽매는 굴레를 훌훌 털 수 있습니다. 하루만 살다가 떠날 삶이 아니에요. 언제나 새로우면서 나날이 즐겁게 가꿀 살림입니다. 그냥그냥 흘려보낼 만한 삶일 수 없어요. 두고두고 사랑하면서 오래오래 일굴 살림입니다. 툭하면 터지는 얄궂은 사달은 으레 서울에서 일어나요. 이웃님은 언제까지 그대로 서울에 머물려나 궁금합니다. 이제는 쉬어가는 마음이기를 바라고, 느루 다독일 수 있는 기쁨씨앗을 줄곧 품을 적에 홀가분할 만하다고 여겨요. 줄기차게 흐르는 냇물과 바람처럼, 내내 빛나는 마음으로 오늘을 돌아보고 온날을 지며리 바라본다면, 한결같이 곱게 피어나는 들꽃 한 송이로 살아가게 마련입니다.


ㅅㄴㄹ


건너뛰다·빠지다·비다·빈자리·빈곳·빈데·빈꽃·빈눈·빈구멍·빈구석·빠뜨리다·빠트리다·빠지다·쉬다·쉬어가다·쉼꽃·안 나오다·나오지 않다·안 오다·오지 않다·없다·있지 않다 ← 결석(缺席)


날마다·나날이·날로·갈수록·그날그날·하루·하루하루·늘·노상·느루·지며리·줄곧·줄기차다·내내·내처·언제나·무장·한결같이·하염없이·그냥·그냥그냥·그냥저냥·그대로·그저·꼬박꼬박·그때그때·그렇게·그토록·꾸준히·자나 깨나·앉으나 서나·이제나 저제나·두고두고·오래·으레·족족·툭하면 ← 매일, 매일매일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