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창비시선 411
신용목 지음 / 창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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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4.2.24.

다듬읽기 115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신용목

 창비

 2017.7.27.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신용목, 창비, 2017)는 책이름부터 틀렸습니다. ‘문학’이나 ‘시’라는 이름을 내세워서 틀린말을 함부로 써도 될 수 없습니다. ‘누군가가’는 우리말이 아닌 틀린말일 뿐입니다. ‘누군가를’도 틀린말입니다. 우리말은 ‘누가’하고 ‘누구를’입니다. ‘누구’라는 낱말에 ‘-가·-를’을 붙이면 ‘누구가·누구를’이고, 줄여서 ‘누가’로 쓸 뿐입니다. 우리말을 우리글로 담아내는 길을 가고 싶다면, 말이 무엇이고 글이 어떠한가를 언제나 새롭게 익히고 다시 가다듬고 거듭 벼릴 노릇입니다. 영어 ‘플래시’를 일본말스럽게 ‘후라시’라 한다든지, 일본말 ‘백미러’를 함부로 쓰는 글버릇으로는 글꽃이 피지 않아요. 생각을 안 틔우고서 아무 말이나 쓸 적에는 ‘아무렇게나’ 팽개치는 장난글로 맴돌 뿐입니다.


ㅅㄴㄹ


후라시를 켤 때마다 보란 듯이 불빛 그 바깥에 가 있었네

→ 불을 켤 때마다 보란 듯이 불빛 바깥에 있네

→ 번쩍 켤 때마다 보란 듯이 불빛 바깥에 가네

9쪽


마치 태양에 환풍기를 달아놓은 것처럼

→ 마치 해에 바람이를 달아놓은 듯이

→ 마치 해에 바람갈이를 단 듯이

→ 마치 해에 시원이를 단 듯이

13쪽


계절의 골짜기마다 따뜻한 노래는 있고

→ 철철이 골짜기마다 따뜻이 노래하고

→ 철이란 골짜기마다 노래는 따뜻하고

15쪽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지 않아도

→ 누가 누구를 부르지 않아도

17쪽


나의 입과 나의 목과 나의 배에 대해

→ 내 입과 목과 배를

→ 이 입과 목과 배를

19쪽


백미러 속에서 누군가 달려오고 있었다

→ 뒷거울로 누가 달려온다

→ 뒷거울을 보니 누가 달려온다

21쪽


혹은 잘린 나무의 나이테거나 편지의 찢긴 조각

→ 또는 잘린 나무 나이테거나 찢긴 글월 조각

→ 아니면 잘린 나이테거나 찢긴 글조각

33쪽


정확하게는, 육체 속에 숨어 있던 시체를

→ 바르게는, 몸에 숨은 주검을

→ 똑바로 말해, 몸에 깃든 송장을

33쪽


불 속의 글자처럼 사라지는 순간들이 환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는 것 같다고 느끼며

→ 불타는 글씨처럼 사라지는 한때가 환하게 나를 올려다본다고 느끼며

→ 불길 글씨처럼 사라지는 오늘이 환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고 느끼며

42쪽


하나의 가로등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 불빛처럼

→ 거리불 하나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 불빛처럼

→ 길불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 빛처럼

46쪽


골목은 간밤의 선열로부터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식탁에 흩어놓은 약봉지 같다

→ 골목은 간밤 샘불에도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자리에 흩어놓은 돌봄자루 같다

64쪽


생각 위에 글자를 쓸 때마다 금방 낙서가 된다

→ 생각에 글씨를 쓸 때마다 곧 깨작질이 된다

→ 생각에 글을 쓸 때마다 이내 장난질이 된다

7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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