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2.19.

오늘말. 에움길


밥 한 그릇을 차리면 으레 아이들을 부릅니다. 저부터 누리기보다는 아이들부터 맛보라고 베풉니다. 둘레에서 낯설거나 어려워하면 스스럼없이 나서고, 둘레에서 신나게 달려가면 조용히 기다립니다. 먼저 가고픈 사람을 보냅니다. 굳이 물결에 섞이거나 휩쓸리고 싶지 않습니다. 혼길은 에움길일는지 모릅니다. 혼멋에 겹다는 핀잔을 듣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왜 서울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지 되묻고 싶어요. 왜 부릉부릉 매캐한 쇳덩이를 몰아야 하는지 아리송합니다. 나는 내 길을 걷습니다. 두 다리로 천천히 빙그르르 돌면서 제걸음을 누립니다. 멧자락에 구멍을 내어 씽씽 가로지르는 길은 안 즐겁고 안 푸릅니다. 멀리 돌아가더라도 들숲을 느끼고 풀꽃나무를 바라보면서 에두를 적에 즐겁고 푸릅니다. 누구나 잘살 일이라고 여겨요. 서로서로 나사랑을 꽃피울 노릇이라고 봅니다. 두 손에 혼자 움켜쥐는 하루가 아닌, 두 손에 나비를 앉히고 개구리를 불러서 함께 노래하기에 기쁜 나날이라고 느낍니다. 동글길을 거닐며 동무로 지냅니다. 둥그렇게 어울리는 둥지를 짓습니다. 빙빙 맴도는 잠자리 곁에서 빙그레 웃고, 빛나는 빗줄기에 몸을 맡깁니다.


ㅅㄴㄹ


돌다·돌아가다·돌잇길·돌림길·동글길·둥글길·빙글·빙글빙글·빙글길·빙·빙빙·빙그르·빙그르르·빙돌다·빙빙돌다·에돌다·에돎길·에움길·에두르다·에둘러·에둘러대다·에둘러치다 ← 일주도로(一周道路)


나만·나만 잘되기·나만 잘살기·나만 알다·나먼저·나부터·나사랑·내 길·내 걸음·저만·저만 알다·저만 즐기다·저먼저·저부터·제길·제걸음·제길을 가다·혼길·혼잣길·혼타기·혼자타기·홀길·홀로타기·혼멋·혼멋에 겹다·혼알이·혼자만·혼자 즐기다·혼자알다·혼자만 알다 ← 개인주의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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