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1.


《운빨 로맨스 1》

 김달님 글·그림, 재미주의, 2015.8.17.



구름이 짙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까마귀도 까치도 떼지어 날다가 흩어진다. 매울음이 굵고 짧게 퍼진다. 《우리말꽃》 머리말을 새로 쓴다. 이모저모 손보고 고칠 곳을 추스른다. 숨을 돌리고서 드러누워 허리를 편다. 끙 소리를 내고 일어나서 밥을 차려놓고 다시 눕는다. 다 다른 새는 다 다르게 날고 노래하고 둥지를 틀어 다 다른 알을 낳아 다 다르게 삶을 잇는다. 다 다른 사람은 이 땅에 다 다르게 태어날 텐데, 우리는 스스로 어떤 꿈으로 하루를 그리면서 오늘을 살아가는지 되새겨 본다. 《운빨 로맨스》 석 자락은 굵고 짧게 줄거리를 맺는다. 군더더기가 없고, 그림결도 알뜰하고, 일부러 늘어뜨리지 않는다. 얼핏 잘 빚은 그림꽃이라 여길 수 있지만, 어린이나 푸름이한테 보여줄 수 없다고 느끼며, 여느 어른한테도 보여주기 어렵다고 느낀다. ‘사랑’이 아닌 ‘사랑시늉’으로 타령을 늘어놓는 줄거리는 아무리 잘 빚어도 안 아름답다. 물고 늘어지는 악다구니만 흐른다. 이 악다구니를 어느 만큼 상냥하게 달래어 매듭을 짓는 《운빨 로맨스》이기는 하되, 다 다른 사람이 저마다 생각·마음·사랑·꿈으로 나아가는 길하고 너무 먼, 또는 가로막는, 때로는 등진 모습을 익살스레 꾸밀 적에는 한숨이 가늘게 나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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