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8.


《우리 안의 친일》

 조형근 글, 역사비평사, 2022.10.31.



비오는 하루이다. 읍내로 가볍게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큰아이하고 이야기하면서 생각을 추스르면서 하루를 보낸다. 끙끙거리던 몸은 풀렸다. 천천히 기스락숲을 거닐고, 찬찬히 구름무늬를 본다. 집으로 돌아와서 저녁에 1971년판 〈윌리 웡카〉를 함께 본다. 2005년에 나온 〈찰리와 초콜릿 공장〉도 잘 찍었다고 여기지만, 1971년판은 아름답구나. 1971년판이 있기에 2005년판은 군말이요, 2024년판 〈웡카〉는 아주 뜬금없구나 싶다. 로알드 달 님이 아이어른한테 함께 들려주려고 하는 속빛을 잊은 채 반짝이는 그림을 꾸미기만 한다면, 오히려 사람들을 홀려 벼랑으로 내모는 셈이다. 《우리 안의 친일》을 읽었다. 못 쓴 책은 아니되, 목소리만 앞서간다. “반일을 넘어 탈식민의 성찰로”처럼 작은이름을 붙이는데, ‘탈식민의 성찰’이 일본말씨인 줄 모르는구나 싶다. 요새 일본말씨나 일본 한자말 없이 어떻게 글을 쓰느냐고 따지는 분도 많지만, 생각조차 안 하니 우리말씨로 제 뜻을 실어서 펴는 길을 안 찾는다고 여겨야 맞다. 익숙하다고 여겨 그저 길들기에 일본바라기로 뒹굴었고, 일본이 물러갔어도 찌끄러기가 단단히 들러붙고 말았다. 언제쯤 이 찌끄러기를 씻고 털어서 새길을 열 셈인가? 우린 아직 마음씻이를 한 적이 없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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