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30.

숨은책 905


《三星美術文庫 70 헤겔에서 하이데거로》

 아르투르 휩셔 글

 김려수 옮김

 삼성미술문화재단

 1975.8.20.



  1994년에 인천하고 서울 사이를 날마다 오가면서 열린배움터를 다닐 무렵, ‘복학생’이란 이름을 처음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돈·힘·이름 셋 가운데 하나조차 없는 수수한 사내라면 모두 몇 해씩 다녀와야 하는 싸움터에서 헤매다가 돌아온 언니를 ‘복학생’이라 이르고, 다들 꺼리거나 멀리하더군요. 그러나 저는 오히려 이분들한테서 “살아온 길”을 비롯해 “나도 곧 다녀와야 할 싸움터 이야기”를 미리 들을 수 있으리라 여겨 가까이 지냈습니다. 어느 날 언니가 “야, 근데 있잖아, 군대 가서 일과 끝나고 공부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야. 그냥 삼 년 동안 신나게 두들겨맞고 돌대가리가 되어서 돌아와야 하더라. 아주 미치겠다.” 하고 털어놓더군요. 설마 싶었으나 이듬해 1995년에 싸움터에 들어가서 이태 남짓 지내고 보니, 그야말로 책을 쥘 틈도 없지만 책부터 둘레에 아예 없고, 새뜸(신문·방송)마저 없이 아예 바깥과 담을 쌓고 바보로 굴러야 하더군요. 싸움터에서 돌아온 뒤 헌책집에서 곧잘 ‘진중문고’를 스칠 적마다 피식 웃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사람이 사람일 수 없도록 가두어 짓밟으면서 시늉으로 내미는 진중문고조차 사단 급은 되어야 구경하는데, 이 무슨 헛짓인가?” 1975년에 진중문고이던 책은 한자가 새카맣습니다. 그무렵에 누가 읽으라는 주머니책이었을는지 궁금합니다.


“이 圖書는 國防部에서 將兵들의 情緖涵養을 위한 陳中文庫로 配布하는 것임.”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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