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4.1.30.

숨은책 907


《고양이 라면 1》

 소시니 켄지 글·그림

 오경화 옮김

 학산문화사

 2009.12.25.



  어떤 밥을 얼마나 먹어야 입이 안 짧다고 여길 만한지 잘 모릅니다. 모든 숨결은 다르기에 받아들이는 다른 숨결이 다릅니다. 해바람비만으로도 넉넉할 수 있고, 다른 목숨붙이를 고기밥으로 삼아야 할 수 있습니다. 풀 한 줌으로 넉넉할 수 있고, 닭이나 오리나 메추리가 베푸는 알을 누리고 싶을 수 있습니다. 《고양이 라면》은 모두 여섯 자락으로 나오고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짤막짤막 끊는 줄거리로 오래 이은 그림꽃입니다. 그냥 수수하게 튀김국수를 끓일 마음이 아닌, 늘 뭔가 다르게 국수를 삶거나 튀기려고 하는 고양이가 사람들하고 어우러지는 이야기라고 할 만합니다. 고양이 손으로도 국수를 합니다. 고양이도 사람하고 말을 섞고 생각을 나눕니다. 맛이 있거나 없거나 서로 헤아리려는 마음이 흐릅니다. 터무니없다고 여겨 웃어넘길 수 있고, 이런 삶이 있겠구나 하고 곰곰이 돌아볼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안 나빠요. 그저 밥살림을 딱 자르거나 담을 안 세우면 됩니다. 으리으리 잔칫밥이어야 푸짐하지 않아요. 놀랍게 차려내어야 즐겁지 않아요. 국수 한 그릇을 앞에 두고서 수다꽃을 펼 적에 즐겁습니다. 국 하나에 밥 한 한 그릇 놓고서 두런두런 웃음꽃을 피울 적에 하루가 넉넉해요.


#KenjiSonishi #そにしけんじ #猫ラ?メン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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