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866


《해협, 한 재일사학자의 반평생》

 이진희 글

 이규수 옮김

 삼인

 2003.9.20.



  열여덟 살 즈음에는 어떤 책을 읽으면 어울리려나 돌아보곤 합니다. 열여덟이란, 으레 ‘고2’라 일컫고, 배움수렁(입시지옥)이 코앞입니다. 이무렵이면 어느새 책을 내려놓고서 셈겨룸(시험)만 헤아리기 일쑤예요. 그런데 이무렵만 책을 내려놓지 않더군요. 열여덟 살 즈음 책을 내려놓는 푸름이는 스무 살을 맞이하고 서른 살에 이르도록 책을 안 가까이하더군요. 아무리 셈겨룸을 치러야 하더라도, 책을 턱 놓으면 그때부터 마음이 메마르게 마련이에요. 열여덟 살뿐 아니라 열아홉 살에도, 커다란 셈겨룸을 앞두고도, 마음을 사랑으로 새롭게 숲빛으로 토닥이는 책을 곁에 둘 노릇이라고 여깁니다. 《해협, 한 재일사학자의 반평생》은 2003년에 한글판이 나옵니다. 이진희 님은 일본한겨레(재일조선인)입니다. 일본에서 살며 일본글로 책을 썼어요. 우리 발자취를 살피고 밝히는 길을 걷는 동안, 더구나 일본에서 살며 이 일을 하기 때문에 어떤 가시밭길에 수렁에 고비를 넘나들어야 했는지 차곡차곡 풀어냅니다. 글꽃(문학)은, 이웃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살피면서 새삼스레 묶습니다. 삶글은, 피땀과 눈물노래를 오롯이 들려줍니다. 여러모로 보면 《해협》 같은 삶글이 외려 푸른글꽃(청소년문학) 같습니다. 모진 너울을 맨몸으로 받아들이며 빙그레 웃고 다시 한 발짝씩 나아가는 하루를 보여주거든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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