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21.
오늘말. 잇다
씨앗이 싹트지 못 하는 모래벌입니다. 아직 흙이 조금 남았다면, 빗물이 한 방울 깃든다면, 씨앗 한 톨은 씩씩하게 기지개를 켜면서 때를 맞추어 싹을 틔웁니다. 흰모래밭은 맨발로 뛰어놀기에 어울립니다. 내도록 뒹굴고 지며리 해바라기를 하고 노상 바닷물하고 한덩이를 이뤄요. 언제라도 신나고 환한 하얀모래밭입니다. 바닷가에서는 모래밭이 빛나고 반갑지만, 들이나 숲에 씨앗을 못 놓는 모래땅이 늘어난다면 걱정스러워요. 그러나, 하얗게 부서지는 빛살이 고운 모래알이 아닌, 풀도 꽃도 나무도 살아갈 수 없는 메마른 터전이 늘어나는 듯싶습니다. 모래가 구르지 않는 서울이지만, 풀싹도 돋지 않는 서울이에요. 풀벌레가 노래하지 않고, 개구리가 떼노래를 누리지 않는 서울입니다. 풀노래 없이 이어가는 터전에는 삶이 없다고 느껴요. 먹고사는 길은 꼬박꼬박 있어도, 사랑으로 한꽃같이 잇는 기쁜 살림노래는 없는 서울이라고 느껴요. 푸른기와집 둘레로 냇물이 있기를 바라요. 부릉부릉 달리는 길을 줄이고서, 맹꽁이에 두꺼비에 크고작은 뭇새가 내려앉을 못물이 있기를 바랍니다. 풀씨 꽃씨 나무씨를 곁에 둘 수 있으니 보금자리로 삼습니다.
ㅅㄴㄹ
흰모래밭·흰모래벌·하얀모래밭·하얀모래벌·모래밭·모래벌 ← 백사장(白沙場)
밝다·밝음·밝이·밝기·밝은것·밝은살림·빛·윤슬·빛결·빛기운·빛값·빛세기·빛살·빛발·환하다·훤하다 ← 휘도(輝度), 광도(光度)
담다·채우다·차다·넣다·놓다·두다·괴다·고이다·못·못물 ← 담수(湛水)
꼬박꼬박·꾸준히·맞추다·때맞춤·늘·노·노상·느루·으레·한결같이·한꽃같이·언제나·언제라도·지며리·두고두고·내내·내도록·이어가다·잇다·달-·이레·알 만하다·붙박이·-마다·-씩 ← 정기(定期), 정기적(定期的), 정례, 정례적, 정례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