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1.17.
오늘말. 언땅
겨울비가 지나가면 날이 사르르 풀리기도 하고, 다시 얼기도 합니다. 겨울철이니 겨울답게 꽁꽁 얼어요. 여름이니 여름빛이요, 겨울이니 겨울빛입니다. 차갑게 부는 바람은 모두 얼른 잠들고서 꿈꾸라고 부추기는 듯합니다. 얼핏 매섭지만, 같이 이부자리에 깃들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면 어느새 포근합니다. 사랑을 잊은 무리는 무섭게 옥죄거나 매몰차게 동여매면서 얼음나라로 뒤바꾸려 하더군요. 그렇지만 가을 뒤에 쉬는 철인 겨울이요, 이 겨울은 봄을 앞두고 누구나 꿈을 새롭게 그리는 나날인걸요. 차꼬를 채운들 갇히지 않아요. 고삐를 물린들 막히지 않아요. 덫에 빠지면 살그머니 나오지요. 가두리로 꽁꽁 묶으면 더 작게 녹으면서 사르르 벗어나고요. 종살이란 우두머리가 사람들을 괴롭히는 굴레라기보다, 우두머리에 벼슬아치 스스로 수렁에 잠겨 헤매는 얼개 같아요. 스스로 하늘빛을 잊는 바람에 총칼로 붙들려 하지만, 언땅에서는 싹도 움도 안 터요. 쇠사슬로 친친 감아도 나무는 꽃이나 열매를 베풀지 않습니다. 올무로는 죌 뿐, 품지 않아요. 재갈로는 입만 가릴 뿐, 마음을 틔우지 않아요. 겨울이 깊을수록 봄빛이 성큼 다가옵니다.
ㅅㄴㄹ
가두다·가두리·갇히다·겨울·결·겨울철·겨울빛·겨울스럽다·겨울답다·겨울같다·겨울나라·겨울누리·겨울땅·언땅·언나라·얼다·얼음·얼음나라·얼음땅·얼음장·얼음추위·차갑다·차다·찬땅·추운땅·고랑·굴레·꼭·꼭꼭·멍에·재갈·사슬·쇠사슬·쇠고랑·수렁·차꼬·끄달리다·끌려가다·끌려다니다·달리다·집어넣다·덫·동이다·동여매다·매다·매몰차다·매섭다·얽매다·옥죄다·올가미·올무·올고리·옭다·죄다·무섭다·무시무시하다·묶다·발목잡다·붙들다·붙잡다·채우다·종살이·종굴레·종노릇·총칼나라·총날누리·총칼굴레 ← 동토(凍土)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