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오기쿠보 런스루 2
유키 링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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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1.10.

목매달기보다는 길목에 서기


《니시오기쿠보 런스루 2》

 유키 링고

 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0.7.15.



  《니시오기쿠보 런스루 2》(유키 링고/한나리 옮김, 대원씨아이, 2020)을 읽으며 서로 무엇을 맺고 펴면서 길을 여는지 돌아봅니다. 길을 열고 싶다면, 마음부터 열면 됩니다. 길을 트고 싶다면, 눈길부터 트면 되어요.


  스스로 마음을 열지 않으니 길을 못 보거나 안 봐요. 스스로 눈길을 안 트니까, 파랑새가 내려앉은 우리 집 마당을 못 느끼거나 안 느낍니다.


  구름은 온누리 어디나 흐릅니다. 바람은 푸른별 모든 곳에 스밉니다. 아무리 깊디깊은 바다라 하더라도 햇볕이 깃들어요. 모두 하나인 숨빛이고, 다 다르게 살아가는 나날입니다.


  굳이 너를 닮아야 할 내가 아닙니다. 애써 나처럼 따라하거나 뒤따라야 할 네가 아닙니다. 때로는 손을 잡거나 어깨를 겯고서 나아가되, 때로는 다 다른 곳에서 스스로 즐기는 살림을 지을 노릇이에요.


  모두 갖춘 사람이라면 무엇을 할까요? 오롯이 빛나는 사랑이라면 어떻게 말을 할까요? 모두 해내는 사람이라면 일을 어떻게 맡기거나 나눌까요? 오달지게 살림을 꾸린다면, 이 보금자리와 마을과 나라는 어떻게 반짝일까요?


  《니시오기쿠보 런스루》에 나오는 사람들은 크든 작든 눈치를 봅니다. 눈치를 안 보는 척하지만 눈치를 봅니다. 보고 싶다면 눈치가 아닌 눈빛과 눈길을 볼 노릇이에요. 저렇게 해야 하지 않고, 이렇게 가야 하지 않습니다. 잘 보이도록 고치거나 세워야 하지 않아요. 그저 사랑을 담아서 손대고 추스르고 가꿀 일입니다. 언제나 사랑씨앗 한 톨을 심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놀이를 하고 노래를 하고 쉬면 즐거워요.


  달리기를 해요. 달아나려는 달리기일 수 있고, 그냥 바람을 마시려는 달리기일 수 있습니다. 달릴 만한 곳이 없는 서울 한복판이라면, 곧장 서울에서 빠져나가요. 부릉부릉 시끄러운 곳에서 달아나 봐요. 새가 노래하고 흙내음이 그윽한 곳으로 달려가요. 신을 벗고 가벼운 차림새로 훅훅 숨을 고르면서 뛰고 달려요.


  파랗게 일렁이는 바람을 품기에 느긋합니다. 파란바람이 품는 구름이 뿌리를 빗방울을 온몸으로 맞이들이기에 시원합니다. 비랑 바람이랑 해를 곁에 둘 줄 안다면, 어떤 굴레에도 목매달지 않습니다. 해바람비를 품고 풀어내기에 새롭게 길목에 서서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ㅅㄴㄹ


#ゆき林檎 #西荻窪ランスル?


‘분하다. 재능 좀 있다고. 얕보이지 않게 해야겠어.’ (34쪽)


“5명 있으면 다섯 개의 표현이 있을 테고 그걸 모모세가 어떻게 그려낼지 미츠 감독은 보고 싶은 걸 거야.” “그게 부담스러운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래, 모모세는 프라이드가 높아서 부정당하는 게 두려운 거구나.” (61쪽)


“모모세, 콘티는 잘 되고 있고?” “마감일까지는 될 것 같아요.” “좀 전에 하던 얘기 말인데, 난 실력 있는 자만 남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오만하다고 생각해.” (74쪽)


“산죠 씨 바로 위에 지금까지 갖고 싶어했던 게 있어요.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죠. 근데 산죠 씨는 두 손에 이미 뭘 쥐고 있어요. 그럼 어쩌시겠어요? 두 손에 쥔 게 있으니 이번엔 패스할래요? 아니면 손에 쥔 걸 버리고 잡을래요?” (148쪽)


‘재능 있고 일 잘하는 애는 회사에 있어 주길 바란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일하다 보면 부족하게 느껴지는 심정도 이해한다. 더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고 다른 현장을 알고 싶고. 얼마나 됐을까. 사람을 내보내고 다시 맞이하는 내 입장을 받아들이게 된 게.’ (17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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