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17.


《책과 우연들》

 김초엽 글, 열림원, 2022.9.26.



보수동 책집골목 〈남해서적〉을 들른다. 날이 얼어붙고, 책을 보는 손발가락도 언다. 끙끙거리면서 손발을 녹인다. 손발이 녹으면 다시 책을 읽는다. 맨손에 고무신이니 손발가락이 얼는지 모른다. 그러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찰칵 찍으려면 맨손이어야 하고, 한 해 내내 고무신을 꿸 뿐이다. 〈곳간〉에서 ‘살림씨앗 두걸음’을 편다. 오늘은 ‘동무·마음·헌책’ 세 낱말을 놓고서 이야기를 일군다. 우리 생각을 저마다 갈무리해서 글로 옮긴다. 하루를 마친 밤에 길손집에 드러눕는다. 아무리 얼어붙어도 길손집에서는 바깥바람을 느끼지 않는다. 오늘날 서울살림(도시생활)도 이와 같으리라. 《책과 우연들》을 읽으면서 띵했다. 어쩐지 글쓴이가 자꾸, 굳이, 애써 ‘가난·힘듦 시늉’을 하는구나 싶더라. 이제 돈 많이 벌지 않나? 김초엽 씨가 책수다를 펴는 자리에서 수다삯을 꽤 받는다고 들었는데, 왜 글에는 ‘없어서 힘들다’는 줄거리가 자꾸 나올까? 없으면 없을 뿐이고, 있으면 있을 뿐이다. 나는 부산마실을 하면 35000∼50000원에 묵는 길손집에 간다. 35000원 길손집에 오래 드나들다가 ‘책상이 없어 힘들’기에, ‘책상이 넉넉’한 50000원 길손집으로 바꾸었다. 그저 오늘 누리는 살림을 사랑으로 적으면 되는 글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