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돌멩이 오리 - 2020 화이트 레이븐즈 선정도서 문학동네 동시집 77
이안 지음, 정진호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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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어린이문학비평 . 시읽기 2023.12.30.

노래책시렁 387


《오리 돌멩이 오리》

 이안 글

 정진호 그림

 문학동네

 2020.2.20.



  어린이한테 아무 밥이나 먹이는 어른은 없습니다. 아무 옷이나 입히는 어른도 없습니다. 아이 몸을 망가뜨리는 밥이라든지, 아이 살결에 나쁜 천이나 실로 지은 옷을 입힌다면 어른이 아닙니다. 그러면, 어린이 마음밭을 망가뜨리는 말씨로 여민 ‘문학’을 함부로 읽혀도 될까요? 《오리 돌멩이 오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말장난으로 가득합니다.


기차는 긴 차 / 길어서 / 길게 / 휘어지기도 / 하는 차 // 철커덕 철커덕 철커덕 / 소리가 긴 차 // 떠난 사람 생각이 / 길게 되감기는 차 (기차/16쪽)


  ‘기차’는 “긴 차”가 아닌 “김을 내며 달리는 수레”입니다. 우리말 ‘김’은 ‘길게’ 올라가는 ‘기운’을 가리킵니다만, ‘김·길다·기운’하고 한자 ‘기(氣·汽)’가 맞물리는 대목이 있습니다만, “떠난 사람 생각이 / 길게 되감기는 차”를 들려주는 〈기차〉라는 글은 여러모로 터무니없습니다. 어린이가 뭘 느끼거나 배울까요? 더구나 예전 “이승만·박정희 군사독재에 어린이를 억누르던 동심천사주의”를 닮은 이런 얼거리를 2020년에도 ‘동시’라는 이름으로 쓰니 안타깝습니다. 이른바 ‘추억·완상’에 젖어 군사독재를 감추기에 바빴던 예전 사람들이 쓰던 ‘문학기교’입니다.


뻐꾹요 뻐꾹이오 / 뻐꾹입니다 / 존댓말 쓰는 꼴을 / 한 번도 못 봤다니까 / 요 (뻐꾸기/18쪽)


  새는 새입니다. 새가 들려주는 소리는 노래이고, 사람들이 부르는 노래는 바로 새랑 개구리랑 풀벌레랑 바람이랑 바다한테서 배운 소릿가락입니다. 들숲을 가르며 노래하는 뻐꾸기가 아닌, 사람들 마음을 달래고 녹이는 멧새가 아닌, 어린이한테 삶도 숲도 들려주지 못 하는 얕은 글이 ‘동시’라면 어린이 앞에서 너무 창피합니다.


웃는 거야, / 찡그린 거야? / …에헴이야! // 야옹이야, / 멍멍이야? / ―어흥이야! (삼색제비꽃/22쪽)


  우리말씨로는, 글에 ‘―’를 안 넣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낱말이며 글자락에 으레 ‘―’를 넣습니다. 어린이가 읽는 글에 이런 일본말씨를 함부로 넣는 분이 무척 많아요. 아직 우리가 못 털거나 안 씻은 일제강점기 찌꺼기입니다. 그런데 세빛제비꽃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장난을 해본들 무슨 보람이 있을까요? 제비꽃이 왜 제비꽃인 줄 모르기에 이런 글을 어린이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쓰는구나 싶습니다. 제비꽃은, 겨울이 저물고 새봄이 찾아들 즈음 먼먼 바다를 가르면서 반갑게 찾아오는 제비가 돌아오는 즈음에 피는 새봄맞이꽃입니다.


이래 봬도 / 나, / 나무요. // 뾰족뾰족 뿔, / 보이지요? // 황소보다 / 크고 힘센 / 소나무가 될 거거든요 (어린 소나무의 각오/82쪽)


  ‘소나무’는 짐승 ‘소’가 아닌 ‘솔 + 나무’입니다. 전라도에서는 ‘부추’라 안 하고 ‘솔’이라 합니다. 이 ‘솔’은 ‘솟다’가 뿌리입니다. 그래서 ‘쏠’이라는 오랜 우리말도 있습니다. 잎이 ‘솟듯’ 나는 나무이기에 ‘소나무’입니다. 이 얼거리로 ‘송곳·솟대·솟구치다’라는 낱말이 태어났어요. 어느 모로는, 소는 뿔이 ‘솟았’다고 여길 수 있겠습니다만, 나무이름에 붙인 ‘소·솔’이 무엇인지 안 읽거나 잘못 읽으면서 쓰는 글을 어린이한테 읽힌다면, 어린이는 그야말로 뜬금없는 곳에서 헤맵니다. 부디 우리 어른들이 철이 좀 들어야겠고, 철빛부터 배워야겠습니다. 네 가지 철이 어떤 결이고 길이면서 숨빛인지 모르는 채 글만 붙잡고서 씨름을 하다 보니 말장난 동시가 판치는구나 싶습니다.


길에서 차에 치여 죽는 걸 / 로드 킬이라고 하는데 / 우리말로 / 길 죽음이라고 번역해 놓은 걸 봤어 (로드 킬/88쪽)


  영어로는 ‘로드킬’이라 하는데, 우리말로는 ‘길죽음·길주검’입니다. 이 낱말은 숲노래 씨가 2007년에 지었습니다. 황윤 님이 2006년에 찍은 〈어느 날 그 길에서〉라는 보임꽃이 있는데, 이 보임꽃을 보고서 처음 지은 낱말입니다. 할매할배를 비롯해서 어린이 누구나 “길에서 죽은 짐승”을 알아보기에 수월하도록 헤아려서 지었습니다. “번역한 낱말”이 아니라, 새로 지은 낱말인 ‘길죽음·길주검’입니다. 띄지 않고 붙여서 ‘길죽음’입니다. 이 낱말은 2007년부터 퍼졌습니다만, 이 얼거리를 모를 수 있을 테지요. 그러나 누리집에서 조금만 뒤적여도 다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ㅅㄴㄹ


《오리 돌멩이 오리》(이안, 문학동네, 2020)


52편의 동시가 실려 있단다

→ 52자락 글을 실었단다

→ 52꼭지 노래를 실었단다

4쪽


다른 모양과 색깔을 갖고 싶었던

→ 다른 모습과 빛깔이고 싶던

5쪽


마음이 한결 은은해질 거야

→ 마음이 한결 부드럽지

→ 마음이 한결 나직하지

6쪽


존댓말 쓰는 꼴을

→ 높임말 쓰는 꼴을

18쪽


웃는 거야, 찡그린 거야? …에헴이야! 야옹이야, 멍멍이야? ―어흥이야!

→ 웃니, 찡그리니? 에헴이야! 야옹이야, 멍멍이야? 어흥이야!

22쪽


풀칠 검사만 통과하면 합격이에요

→ 풀만 잘 바르면 돼요

29쪽


물속 나라로 들어가는 비밀번호가

→ 물나라로 들어가는 열쇠가

42쪽


옹알이도 시작했으니

→ 옹알이도 하니

45쪽


곧 듣게 될 거라며

→ 곧 듣는다며

45쪽


봄에 출발해서 가을에 도착한

→ 봄에 떠나 가을에 닿은

→ 봄에 가서 가을에 온

46쪽


놓아두고 기다리는 중이야

→ 놓아두고 기다려

49쪽


싸 보이는 펜던트가 실은

→ 싸 보이는 꽃걸이가 정작

52쪽


둥글려 만든 거라는 걸

→ 둥글린 줄

52쪽


딸기 맛도 좀 나는 거 같았어

→ 딸기맛도 좀 나

63쪽


전교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 온터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67쪽


저에에게 100일의 시간을 주세요

→ 저한테 온날을 주세요

75쪽


매운 건 사양할래요

→ 매우면 싫어요

→ 매우면 안 먹어요

75쪽


소나무가 될 거거든요

→ 소나무가 되거든요

82쪽


우리말로 길 죽음이라고 번역해 놓은 걸 봤어

→ 우리말로 길죽음이라 옮긴 글을 봤어

88쪽


찔레꽃 식당 2호점, 3호점, 4호점

→ 찔레꽃 밥집 둘째, 셋째, 넷째

10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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