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물리학개론
박인식 지음 / 여름언덕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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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2.30.

노래책시렁 385


《언어물리학개론》

 박인식

 여름언덕

 2021.2.7.



  나라를 거느린다고 내세우는 이들은 예나 이제나 우리말을 안 좋아합니다. 지난날에는 중국말을 쓰던 나라요, 일본이 쳐들어온 뒤에는 일본말을 쓰던 나라이고, 일본이 물러간 뒤에는 ‘중국말 + 일본말 + 영어’를 쓰는 나라입니다. 곰곰이 보면, 글을 쓰는 이들은 나라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기 일쑤입니다. 풀꽃나무를 품는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말이 아닌, 벼슬자리를 얻거나 이름을 드날린다고 여기는 말을 붙잡더군요. 《언어물리학개론》을 한숨을 쉬며 읽었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처럼 일본말을 그냥 써야 할까요? 우리말로 이름을 붙일 마음이 없을까요? ‘언어물리학개론’은 무늬만 한글인 일본말입니다. 어떤 이웃이 읽으라는 뜻으로 쓰는 말일까요? 나무한테서 배우는 사람이라면 ‘나무’라 말할 테고, 풀한테서 배우는 사람이라면 ‘풀’이라 말할 텐데, 어느 글이건 꾸미거나 덧바를 적에는 바래기 마련입니다. 치덕치덕 꾸미지 말고, 차근차근 풀어내기를 바랍니다. 말을 ‘말’이라 하지 않을 적에는 덫에 갇힙니다. 말을 ‘말’이라 할 적에 왜 말이 ‘말’인지 물빛으로 알아차리면서, 사람이 어우러지는 마을이 왜 마을인지 하나씩 깨달으면서 마음을 맑게 가꿀 수 있습니다.


ㅅㄴㄹ


칼 다루기 쉽지않던 어린 시절 / 당신 곁에 연필 깎아주던 누군가 있지 않았나요 / 당신의 잠과 꿈 / 틈새 / 사각사각― / 장독대 내려앉는 싸락눈 같은 / 사랑 다듬는 소리 내려 / 쌓이지 않았나요 (연필로 쓰던 사랑/17쪽)


나무는 나이테를 세지 않는다 / 나무에게서 배운 / 내 술 / 술잔의 나이테 같은 동심원 떨림을 / 수전증으로 세지 않는다 (나무에게 배우다/58쪽)


+


《언어물리학개론》(박인식, 여름언덕, 2021)


너무 큰 존재가 다녀간

→ 너무 큰 분이 다녀간

→ 너무 큰 빛이 다녀간

14쪽


달빛의 파도가 실어다 준

→ 달빛너울이 실어다 준

→ 달빛물결이 실어다 준

14쪽


빼앗긴 동토 건넌 식민의 한

→ 빼앗긴 언땅 건넌 사슬눈물

15쪽


옆모습이 특히 아름다운 우리 동네 미녀 맹인

→ 옆모습이 더 아름다운 우리 마을 꽃장님

33쪽


마침내 일어나는 언어물리학의 연기법緣起法

→ 마침내 일어나는 말빛길 어울림

52쪽


술잔의 나이테 같은 동심원 떨림을 수전증으로 세지 않는다

→ 술모금 나이테 같은 한동글 떨림을 후덜덜로 세지 않는다

58쪽


한 움큼의 갈망도 저런 노랑으로 구워낸다면

→ 한 움큼 비손도 저런 노랑으로 구워낸다면

→ 한 움큼 목마름도 저 노랑으로 구워낸다면

71쪽


저 출토의 흙에 뿌리내린 무궁화 한 그루

→ 저 파낸 흙에 뿌리내린 한결꽃 한 그루

→ 저 캐낸 흙에 뿌리내린 하나꽃 한 그루

7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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