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었어요 동화는 내 친구 35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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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 맑은책시렁 2023.12.29.

맑은책시렁 286


《재미있는 집의 리사벳》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일론 비클란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2003.10.15.



  《재미있는 집의 리사벳》(아스트리드 린드그렌/햇살과나무꾼 옮김, 논장, 2003)은 나중에 《리사벳이 콧구멍에 완두콩을 넣었어요》라는 이름으로 새로 나옵니다. 리사벳하고 마디켄 두 아이가 보내는 하루를 가만히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모든 나날이 놀이인 아이들 삶을 보여주고, 동무를 헤아리는 마음을 밝힙니다. 스스로 생각을 짓는 길을 알려주고, 꿈으로 나아가는 새빛을 속삭입니다.


  예전에는 배움터에 다니건 안 다니건 모든 아이들이 들숲바다를 스스로 품으면서 뛰놀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배움터가 선 지는 이제 고작 온해(100년)입니다. 참말로 아이들은 어버이랑 마을 어른한테서 배웠어요. 책이 아닌 삶을 배웠고, 부스러기가 아닌 살림짓기를 배웠습니다. 돈으로 밥옷집을 사다 쓰는 틀이 아니라, 손수 밥옷집을 지어서 스스럼없이 이웃하고 나누는 살림새를 배웠어요.


  《리사벳》에는 천천히 자라는 아이들이 나옵니다. 아이들 집안은 그다지 가멸다고 여기기 어렵습니다. 어느 아이는 무척 가난합니다. 어느 집안은 어른이라기보다 꼰대에 가깝기에 막말을 쏟아내고, 이 막말을 아이들이 따라합니다. 어느 집안은 참하게 어른이라서 살림말을 펴고 사랑말을 나눕니다.


  우리가 어른이라면 이 나라는 서로 어깨동무에 두레에 품앗이로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우리가 나이만 먹을 뿐 아직 어른이 아닌 터라, 이 나라는 다투거나 싸우거나 겨루는 굴레가 가득하다고 느껴요.


  콧구멍에 콩알을 넣으며 노는 하루란 재미있습니다. 지붕을 타면서 놀 만한 집이란, 나무를 심는 마당이 있는 집이에요. 아이들이 아슬아슬한 짓을 한다고 여길 텐데, 저도 어릴 적에 담벼락이나 울타리에 올라가서 거닐며 놀았어요. 지붕 있는 집에서 어린 나날을 보내었다면, 저도 틀림없이 지붕에 올라가서 해바라기를 하다가 슬슬 걷거나 뛰어내렸을 테고요.


  아이가 아이답게 자라기를 바란다면, 이제부터 서울을 줄이거나 없앨 노릇입니다. 어른이 어른스럽게 일하기를 바란다면, 잿더미(아파트)를 치우고 쇳덩이(자동차)를 멈출 노릇입니다. 아이 곁에서 일을 해야 엉뚱한 짓을 안 합니다. 어버이 곁에서 놀이를 해야 느긋하게 마음껏 온갖 소꿉을 즐깁니다. 우리나라는 기껏 온해가 안 되는 사이에 너무 뒤틀리고 망가졌습니다. 아이들이 뛰놀 수 없는 곳이라면, 그곳은 배움터일 수 없습니다.


ㅅㄴㄹ


리사벳은 마디켄이 뭔가 좋은 생각을(나쁜 생각일 때도 있지만) 떠올릴 때면 늘 옆에 있어요. 리사벳 혼자서 꽤 재미있는 생각을 해내기도 하고요. (5쪽)


마디켄과 리사벳은 리나스 이다 아주머니를 좋아했어요. 아주머니네 조그만 집도 아주머니만큼이나 좋아했고요. 아마 마을에서 가장 작은 집일 거예요. (16쪽)


리사벳은 ‘꼴 좋다’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어요. 마티스가 리사벳한테 한 말이니까, 보나 마나 남을 깔보는 말이겠죠. 하지만 리사벳은 이렇게 근사한 말은 처음이라고 생각했어요. (28쪽)


“졌지?” 마디켄이 묻자, 미아가 무서운 말을 내뱉었어요. “흥, 웃기지 마. 이 악마의 자식아!” 그 순간, 마디켄과 리사벳은 무서운 것이라도 본 듯 미아를 바라보았어요. (39∼40쪽)


마디켄은 기도를 마치고는 이렇게 덧붙였어요. “친절한 하느님, 사실 미아는 나쁜 마음으로 말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악마의 자식’이라고 말한 게 아닐지도 몰라요……. 맞아요, ‘엄마의 자식’이라고 말한 것 같아요.” (60쪽)


#Na"r Lisabet Pillade In En A"rta I Na"san

1984년

#AstridLindgren #IlonWilkand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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