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2.21.

오늘말. 캄캄하다


한밤에 하늘을 곰곰이 보면 새카맣지 않은 줄 알 만합니다. 밤빛은 까망보다는 깊은 바닷속 같아요. 하얗게 초롱이는 별빛으로 가득한 밤이면 캄캄한 기운은 가뭇없이 사라집니다. 앞길이 잘 보여요. 환한 낮이어야 새하얗게 보이지 않아요. 마음으로 눈을 뜰 적에 가싯길을 걷어냅니다. 스스로 처지는 구렁이라면 아슬아슬 가라앉다가 그만 자갈길에 넘어지면서 눈물을 찔끔 짜고 툴툴거려요. 봄가을이 다르고 여름겨울이 다르기에 짜증을 낼 일이 없습니다. 나쁜 철이란 없습니다. 걱정스러운 때도 없습니다. 벼랑에 몰렸기에 안 좋지 않습니다. 낭떠러지에 미끄러질까 싶어 끔찍하지 않아요. 먹구름이 몰리기에 비를 뿌려서 씻어냅니다. 큰바람이 불기에 휭휭 먼지에 티끌을 떨굽니다. 그늘이 지기에 땀을 식히면서 가만히 쉬어요.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올 수 있겠지요. 골치에 골머리로 끌탕일 수 있어요. 이때마다 도리질을 할 만하고, 손을 떼거나 혀를 내두르기도 합니다. 시무룩하거나 풀이 죽어서 갑갑할 만해요. 그러나 밤에는 자면 되는걸요. 낮에는 낮잠이 들어도 돼요. 포근히 숨돌리면서 어두운 마음부터 풀어 봐요. 버거운 고름도 멍울도 곧 사라집니다.


ㅅㄴㄹ


가시밭·가시밭길·가시밭판·가싯길·자갈길·갇히다·막히다·갑갑하다·깝깝하다·거북하다·답답하다·안타깝다·안쓰럽다·걱정·근심·끌탕·검정·골머리 앓다·골치·젬것·나쁘다·안 좋다·좋지 않다·끔찍하다·엉뚱하다·엉성하다·엉터리·고개꺾다·고개숙이다·고갯짓·도리질·두손들다·손들다·손떼다·혀를 내두르다·끊어지다·고름·곪다·곯다·멍·멍울·생채기·은결들다·괴롭다·무겁다·미어지다·버겁다·소스라치다·처지다·힘겹다·힘들다·아프다·속아프다·씻을 길 없다·입을 벌리다·크게 놀라다·슬프다·서럽다·서글프다·섦다·울다·죽을맛·쓸쓸하다·씁쓸하다·구렁·수렁·진구렁·벼랑·낭떠러지·밑바닥·밑자리·번개·구석·구석빼기·끝·끝장·끝자리·마지막·막다르다·맨끝·맨밑·그늘·그늘지다·뜬눈·마음앓이·먹구름·큰바람·한바람·시무룩하다·식다·가라앉다·갈앉다·찌뿌둥하다·까마득하다·아슬아슬·아찔하다·우습다·웃기다·까맣다·검다·새카맣다·시커멓다·어둡다·어둠·캄캄하다·뽀얗다·뿌옇다·어렴풋·절레절레·흐리다·흐리멍덩·하얗다·새하얗다·내버리다·꿀꿀하다·끙끙거리다·낑낑거리다·툴툴거리다·눈검정·눈검댕·눈멍·눈물·눈물겹다·쾡·빨갛다·뼈아프다·뼈저리다·짜증·아!·됐어!·아이고!·와!·이야! ← 절망(絶望), 절망적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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