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2.14.
오늘말. 끼치다
보금자리를 푸르게 일구면 하늘이 파랗습니다. 집이며 마을을 매캐하게 덮으면 하늘에 먼지띠가 뿌옇습니다. 우리 모습이 하늘에 닿습니다. 우리 터전은 고스란히 온누리로 퍼집니다. 풀씨를 심는 땅이어야 푸르게 번져요. 나무를 품는 자리여야 숲을 이루어요. 얼핏 보면 고갯길이 까마득하지만, 천천히 거닐면 고갯마루는 가벼이 넘습니다. 걱정부터 쌓으면 잿마루가 아득하지만, 느긋이 한 발짝을 떼면 잿길도 거뜬합니다. 마음이라는 밑바닥에 어떤 꿈씨를 묻는지 돌아봐요. 우리 하루는 스스로 심는 씨앗 한 톨이 고스란히 빛살을 끼칩니다. 아침에 해가 떠오를 적에 골골샅샅 따뜻하면서 환한 기운을 미치듯, 누구나 어떻게 보고 그리는 마음인가에 따라서 삶길을 다 다르게 품어요. 깊이 보고 널리 안을 줄 알아야 아우릅니다. 깊숙하게 볼 줄 모르거나 꿈과 사랑을 담을 줄 모른다면 어우르지 못 해요. 냇물이 없으면 우물을 파요. 샘물을 누구나 누리도록 담벼락을 치워요. 자꾸 가르지 마요. 갈기갈기 쪼개다가는 모두 버거워요. 이곳부터 바꿉니다. 어디나 꽃밭으로 가꾸고, 안쪽이건 바깥쪽이건 싱그럽고 즐겁게 노랫가락이 미치는 나라를 세워요.
ㅅㄴㄹ
곳·께·데·땅·녘·대목·밭·칸·모습·안·안쪽·집·우물·품·담·담벼락·울·울타리·우리·자리·자위·틀·틀거리·나라·누리·터·터전·판·마당·나누다·가르다·쪼개다·안다·품다·담다·아우르다·어우르다·끼치다·미치다·퍼뜨리다·퍼지다·번지다 ← 영역(領域)
굴·끝·땅밑·땅속·밑·밑동·밑길·밑바닥·바닥·속·안·아래·깊다·깊숙하다 ← 지저(地底), 지하
멧길·멧비탈길·고갯길·고갯마루·잿길·잿마루·비탈·비탈길 ← 산복도로(山腹道路)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