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3.12.12.

숨은책 880


《계몽사문고 91 우리 말글 이야기》

 정재도 글

 계몽사

 1977.2.10.



  조선은 위아래틀이 단단했습니다. 한 줌이 안 될 윗자리는 우쭐거렸고, 손에 흙이나 물을 안 묻혔으며, 중국글을 섬겼습니다. 이 윗자리는 온통 사내가 차지했으니, 이들은 중국글을 ‘수글(수클)’로 여기고, 세종 임금이 여민 글은 ‘암글(암클)’로 얕보았어요. 우리 나름대로 우리 소리를 담는 글씨였지만, 세종 임금은 ‘훈민정음’이라 했을 뿐입니다. 우리말로 글이름을 안 지었습니다. 오백 해에 걸쳐 ‘중국글 섬기는 글바치·나리·임금’이 ‘암글·아이글(아해글)’이라고 깔보는 동안 숱한 사람들(백성)은 억눌리고 짓밟힌 굴레였어요. 1900년을 넘은 어느 무렵 주시경 님이 ‘한글’이란 이름을 짓고서 ‘우리말 가르치기’를 펼 때까지 ‘우리말을 우리글에 담는 길’은 꽁꽁 갇혔습니다. 한글학회에서 여러모로 큰일을 꾸린 정재도 님이 낸 《계몽사문고 91 우리 말글 이야기》는 뜻깊습니다. ‘계몽사문고’ 가운데 우리말 이야기가 한 자락 깃들거든요. 그러나 이 책에는 주시경 이야기는 없고, 세종 임금 이야기만 있습니다. 글이름이 ‘한글’로 태어난 일을 제대로 안 짚고 찬찬히 안 밝힐 적에는 막상 우리 넋과 숨결과 눈빛을 살리는 길하고 멀 텐데요? 그나마 ‘온·즈믄·골·잘·울’은 다루었더군요.


와 마찬가지로 ‘온, 즈믄, 골, 잘, 울’ 들로 쓰이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말들이 ‘백(百), 천(千), 만(萬), 억(億), 조(兆)’들에 잡아 먹혀 지금에는 쓰이지 않는다 … 세종 대왕이 한글(그 때의 이름은 훈민정음)을 제정했지만, 그 이전에 우리 겨레는 말을 글로 적는 일에 애를 썼다. 주로 외국 글자를 이용했는데, 특히 중국 글자를 많이 이용했다. (18, 136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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