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1센티미터씩 바뀐다 - 장애 인권 조례를 만드는 사람들 이야기
노자와 가즈히로 지음, 정선철.김샘이 옮김 / 이매진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3.11.30.

인문책시렁 331


《세계는 1센티미터씩 바뀐다》

 노자와 가즈히로

 정선철·김샘이 옮김

 이매진

 2011.11.4.



  《세계는 1센티미터씩 바뀐다》(노자와 가즈히로/정선철·김샘이 옮김, 이매진, 2011)는 아주 더디게 바뀌는구나 싶은 걸림돌을 이야기합니다. ‘걸림돌’이란, 사람이 아닌 틀입니다. 나라를 이끈다는 틀이 오히려 사람들한테 걸림돌이고, 가르치거나 배우는 터전이 도리어 걸림돌이고, 글(언론·책)이 뜬금없이 걸림돌이기도 합니다.


  한 치만큼 바뀐다면, 바뀐다는 뜻입니다. 한 치조차 꿈쩍을 안 한다면 까마득하다는 뜻입니다.

  둘레를 봐요. 새롭게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하나도 안 배우려는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나이가 어리거나 젊기에 새롭게 배우지 않습니다. 스스로 사랑하고 생각하고 살림하는 사람일 때라야 비로소 새롭게 배웁니다. 스스로 안 사랑하고 안 생각하고 안 살림한다면 언제나 안 배워요.


  ‘배움’이란, 바라보며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 안 바라보고 안 받아들이는데 어떻게 배우겠습니까. 별사람도 온사람도 그저 사람입니다. 별빛을 품었건, 오롯이 있건, 다 아름다이 숨결이 흐르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이 나라나 배움터는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아요. 다들 틀에 얽매입니다. 옷차림이나 매무새를 따지려고 합니다. 높낮이를 가르고 줄을 세웁니다. 값을 매겨서 첫째부터 꼴찌까지 늘어놓습니다.


  온누리는 틀림없이 날마다 다른 하루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새롭게 배우면서 어깨동무할 수 있고, 언제까지나 안 배우면서 늙은 꼰대로 헤맬 수 있습니다. 늘 새롭게 배우며 눈망울을 밝히겠습니까? 언제나 안 배우면서 움켜쥐거나 틀어막는 담벼락(권력)을 세우겠습니까?


ㅅㄴㄹ


‘금지’나 ‘강제’에 기대면 사람들의 태도나 겉으로 드러나는 상황은 바꿀 수 있어도 마음속까지 바꾸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금지나 강제 때문에 쌓인 불만은 결국 가장 약한 장애 어린이를 향하게 되지 않을까. (35쪽)


당하는 사람은 상처를 받는다. 자존심이 갈기갈기 찢겨진 기분이 든다. 날마다 이런 시선을 받으면 누구라도 세상을 향한 반발심과 무력감이 몸에 밸 것이다. (44쪽)


우리들의 ‘장애 인권 조례’는 차별을 적발해 엄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려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83쪽)


우리 생각보다 더 사람들이 장애에 관해 잘 모르는지도 모른다. ‘차별’이라는 말이 과도한 경계심을 불러오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우리도 의회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173쪽)


+


조례가 성립하려면 일반 기업을 포함한 일반 시민이 지지해 줘야 한다

→ 기틀이 서려면 여러 일터를 비롯해 사람들이 밀어줘야 한다

→ 길눈이 서려면 여러 일터와 사람들이 믿어 줘야 한다

36쪽


귀가 들리는 사람의 음성 언어를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에게 통역하기 위해 수화를 사용한다

→ 귀가 들리는 사람이 쓰는 말을 귀가 들리지 않는 사람한테 옮기려고 손말을 쓴다

→ 소리말을 손말로 옮긴다

56쪽


차별을 적발해 엄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 따돌림을 들춰 따지려는 뜻이 아니라

→ 무리질을 찾아 다스리려는 길이 아니라

83쪽


지사에게는 단장의 고통이었을 것이다

→ 고장지기한테는 쓴맛이었으리라

→ 고장지기는 가슴아팠으리라

→ 고장지기는 사무쳤으리라

138쪽


성심성의껏 대답하려고 했지만

→ 바지런히 얘기하려고 했지만

→ 온힘으로 말하려고 했지만

146쪽


기진맥진해 집에 돌아오니

→ 지쳐서 집에 돌아오니

→ 비칠비칠 집에 돌아오니

→ 하느작 집에 돌아오니

152쪽


우리 생각보다 더 사람들이 장애에 관해 잘 모르는지도 모른다

→ 우리 생각보다 더 사람들이 담을 잘 모르는지도 모른다

→ 우리 생각보다 더 사람들이 아픔을 잘 모르는지도 모른다

17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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