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3.11.26.

숨은책 878


《산골 소녀 옥진이 詩集》

 김옥진 글

 사사연

 1987.4.15.첫/1988.8.15.중판



  헌책집을 다니면 으레 《산골 소녀 옥진이 詩集》이 보였습니다. 어느 곳에나 이 노래꾸러미가 있어요. 얼마나 찍었는지, 어느 만큼 팔렸는지조차 모릅니다. 어림으로 ‘100만’이라는데, 막상 김옥진(1961∼2016) 님은 글삯을 제대로 받지는 못 한 듯싶습니다. 비탈진 곳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몸을 다치고서 그만 거의 누운 채 하루를 보내는 삶을 이었고, 붓을 쥐기도 만만하지 않지만 즐겁게 한 땀씩 이야기를 가다듬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삶으로 여민 글을 누구는 ‘중판’이라는 이름으로 가리면서 가로챘고, 누구는 훔침질(김옥진 님 글을 표절)을 했다지요. 대단한 글이나 엄청난 글이나 놀라운 글은 푸른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랑을 담은 글이 있고, 살림을 펴는 글이 있고, 삶을 옮긴 글이 있다면, 사랑·살림·삶을 등진 채 꾸미거나 만들거나 베끼는 글이 있습니다. 둘레(사회)에서는 씌우기(포장) 좋게 ‘산골 소녀’란 이름을 붙였는데, 멧자락을 품은 시골마을 조그마한 보금자리에서 풀꽃나무랑 새랑 풀벌레를 동무하는 마음을 반기려는 ‘서울내기’들이라면, 푸른빛과 푸른소리와 푸른바람부터 바라볼 노릇이지 싶습니다. 시골에서 시골빛을 담도록 글을 북돋운 어른이나 이웃은 없었구나 싶어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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