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스미다  2023.11.16.나무.



너는 어디를 보며 말을 하니? 눈을 보며 말하니? 눈을 거쳐 서로 마음을 틔워서 말을 나누니? 눈을 안 보더라도, ‘몸을 입은 넋’이 들을 수 있도록 말을 하니? 스미는 말이나 스치는 말이 있어. 마음을 틔워서 하는 말이란, 천천히 스미는 햇볕 같지. 마음을 안 틔운 채 겉치레로 하는 말은, 곧장 튕기며 잊어버리듯 그저 스쳐서 사라져. 나무가 어떻게 자라니? 네모난 나무가 있을까? 네모난 꼴로 가지치기를 해놓으면 나무가 숨을 쉴까? 구불텅 자라는 나무가 있을까? 아프고 앓다가 구불 수 있지만, 억지로 휘어 놓으면 나무가 반가울까? 모든 마음에 모든 느낌과 말이 스며. 궂은 느낌과 말도, 사나운 느낌과 말도, 어설픈 느낌과 말도, 반짝이는 느낌과 말도 스민단다. 너는 미움씨앗이 싹터서 자라는 하루를 살 수 있어. ‘남이 널 미워하는 탓’이 아닌, ‘네가 널 미워하’고, ‘네가 널 미워하는 눈으로 둘레를 보’기 때문이지. 온누리 모든 냇물이 천천히 스미기에 곳곳이 들이고 숲이야. 들숲에 천천히 스민 냇물이 다시 천천히 흘러서 바다를 이뤄. 바다가 되어 놀던 물방울이 천천히 하늘로 스미니 구름을 이뤄. 그리고 새롭게 들숲에 스미는 냇물이 되려고 빗방울로 바뀌어 내린단다. 불을 확 키우면 빨리 익힐까? 그런데 큰불은 ‘익힘’이 아닌 ‘태움(불지름)’이란다. 오래오래 가거나 한결같이 흐르려면, 오래오래 돌보고 한결같이 가꾸는 따뜻볕으로 스밀 일이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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