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1.15.

오늘말. 벌충


많이 벌 수 있습니다. 갑절로 일했으나 돈은 적게 받을 수 있습니다. 땀흘린 값을 제대로 치지 않는 일터가 있고, 아무리 일을 더하더라도 담벼락이 까마득한 데가 있어요. 차가운 마음을 느낄 때면 숲을 그립니다. 서울 한복판이 부릉부릉 시끄러운 북새통이 아니라, 풀빛으로 물든 터로 피어나는 모습을 생각합니다. 풀죽임물을 뿌리면서 스스로 죽어가는 시골이 아닌, 새록새록 풀숲으로 거듭나는 푸른터를 떠올립니다. 나라에서는 돈셈에 따라 서울을 늘리느니 마느니 덧없이 다툽니다. 하늘을 안 읽고 숲으로 안 가니 그만 돈닢에 얽매이는 얼개예요. 나무를 밀어내고 풀벌레를 내쫓은 사나운 짓은 무엇으로도 벌충하지 못 합니다. 잿집을 엄청 높게 올린들 하나도 푸르지 않아요. 스스로 온빛으로 물들면서 참다이 넋을 일깨울 때라야 숲으로 갑니다. 베짱이는 겨울을 앞두고 노래만 한다고 여기지만, 겨울에 잠들기 앞서 온누리에 참고요로 한꽃을 펴려는 숨결인데, 우리는 돈벌이에 눈이 멀고 말아서 이 놀라운 노래빛을 놓치기 일쑤입니다. 언제쯤 눈을 뜨고서 돈이라는 값어치가 아닌, 온꽃이라는 마음을 가만히 품으면서 스스로 모실 수 있을까요.


ㅅㄴㄹ


더·덤·더하다·덧붙다·덧대다·덧쓰다·덧돈·덧두리·값·값어치·값결·돈·돈값·돈셈·돈닢·돈벌이·벌이·벌다·벌충·딸림·곱·갑절 ← 부가가치


풀밭·풀숲·푸르다·숲·수풀·숲으로·푸른자리·푸른터·풀빛자리·풀빛터 ← 녹지(綠地), 녹지공간, 녹지화(綠地化), 녹화(綠化)


모시다·섬기다·높다·멀다·우러르다·굽신거리다·올리다·절하다·놀랍다·대단하다·엄청나다·어마어마하다·고요·고요꽃·고요빛·고요넋·참꽃·참고요·참넋·참빛·하늘·하느님·하늘빛·하늘꽃·하늘뜻·온빛·온꽃·한꽃·아무리·제아무리 ← 경외(敬畏), 외경(畏敬)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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