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26.


《말할 수 없지만 번역하고 있어요》

 소얼 글, 세나북스, 2023.4.20.



큰아이랑 읍내로 간다. 어디에서 다리를 쉴까 어림하다가 나무그늘 곁에 앉는다. 우리 집은 바람이(에어컨·선풍기)를 안 쓴다. 여름을 부채로 난다. 그러나 부채질도 썩 많이 안 한다. 나무 곁에 서고, 자주 씻는다. 커다란 느티나무는 겹겹이 흔들리는 그늘빛을 베푼다. 문득 족제비가 지나가는 모습을 본다. 족제비는 시골에서도 살아가기 만만하지 않을 듯싶다. 노래꽃수다(시창작교실)를 세 시간 편다. 이야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라는 옛말을 헤아려 본다. 왜 미운 아이한테 떡을 더 줄까? 미운 아이는 제가 떡을 더 받은 줄 느끼거나 알까? 그러나 사랑이란, ‘이쁜 아이’한테 몰아주는 길이 아니다. 이쁘다면서 오나오냐 치켜세우기에 그만 ‘돌라먹기(권력·카르텔·화이트리스트)’가 생긴다. 검은이름(블랙리스트)뿐 아니라 흰이름도 없어야 맞다. 《말할 수 없지만 번역하고 있어요》를 읽었다. 글님이 어깨힘을 폭 뺀다면 한결 빛나리라 느꼈다. 어떤 글이건 글이요, 어떤 일이건 일이다. 스스로 하루를 사랑으로 녹이면서 활짝 웃는 길이라면 아름씨앗을 뿌리는 발걸음으로 잇는다. 말할 노릇이고, 도란도란 수다꽃으로 나아가면 된다. 우리는 이 별에 다 다르게 사랑씨를 심으려고 태어났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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