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3.11.5.
오늘말. 지붕뜰
아기는 어지러운 줄 모릅니다. 아기는 다 만지고 싶습니다. 입에 넣고 싶고, 눈으로 들여다보고 싶고, 마음에 품고 싶고, 귀로 듣고 싶습니다. 아기는 무엇이든 스스로 겪은 대로 배우며, 겪지 않으면 앞으로 겪을 날을 기다립니다. 모든 어른은 아이였고 아기였습니다. 허울만 어른으로 있다면 망탕에 팔난봉이요, 속알이 든든이 서야 비로소 이름 그대로 어른입니다. 어른이란, 스스로 북돋우고 아이를 살리는 길을 스스로 밝히는 사람입니다. 껍데기만 어른이라면 엉터리로 나뒹굴면서 고얀짓을 일삼아요. 어질면서 슬기롭고 참한 사람인 어른이라면 더럼짓이란 티끌만큼도 없이 하늘숲을 거닐고 하늘밭을 가꾸는 하루를 살아갑니다. 조그마한 골목집에서 지붕뜰을 일굴 줄 아는 어른입니다. 자그마한 시골집에서 손수 나무를 심어 돌볼 줄 아는 어른입니다. 좋은길이나 나쁜길을 가르지 않기에 어른입니다. 사랑길 하나를 기쁘게 노래하며 걸어가는 어른이라서, 참어른은 추레하거나 멋질린 꼴값을 사르르 녹여내지요. 스스럼없이 일으켜요. 서로서로 일으켜세워요. 꽃 한 송이는 꽃가루도 꽃물도 내어줍니다. 어른 한 사람은 꽃빛에 별빛을 밝혀냅니다.
ㅅㄴㄹ
어지럼짓·어지럽다·엉망짓·엉망·엉터리짓·엉터리·지랄·고약하다·고얀짓·더럽다·더럼짓·썩다·지저분하다·추레하다·마구·마구잡이·막하다·망탕·멋질리다·꼴값하다·나뒹굴다·사내질·계집질·팔난봉·난봉·우습다·웃기다 ← 풍기문란
깜짝물·깜짝가루·꽃물·꽃가루·빛물·빛가루·돌봄물·돌봄가루·살림물·살림가루·북돋우다·살리다·씻다·다 듣다·모두 듣다·일으키다·일으켜세우다·사랑·좋은길 ← 묘약(妙藥)
하늘숲·하늘뜰·하늘뜨락·하늘밭·하늘꽃뜰·하늘꽃밭·지붕숲·지붕뜰·지붕뜨락·지붕꽃뜰·지붕밭·지붕꽃밭 ← 옥상정원, 옥상녹지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