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한 모금 2023.10.17.불.
밥 한 숟가락을 입에 넣으면 온몸이 느끼지? 혀뿐 아니라, 팔다리도 머리도 가슴도 배도 옆구리도 등도 나란히 느낀단다. 무언가 새롭게 스미거나 퍼지려는 기운을 느껴. 너희 몸은 ‘밥이라는 영양분’으로 움직이지 않는 줄 아니? 너희 ‘배’는 하나하나 느끼고 끝까지 삭이고서 내보내는 곳이야. ‘밥’이라는 모습으로 바뀐 ‘푸른별 숨결 한 모금’을 빛으로 느끼지. 너희가 ‘비타민’을 바란다면, ‘비타민’을 먹기 때문이 아니라 ‘비타민이라 여기는 빛’을 느끼고 받아들이기에“비타민을 먹는다”고 할 수 있어. 칼슘이고 지방이고 단잭질이고 다 마찬가지야. 그래서 너희가 ‘무엇’을 보거나 다루든, ‘어떤’ 눈으로 알아보고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밥결(음식성분)이 늘 바뀌어. 부아나거나 짜증날 적에는 왜 먹으면 안 될까? 슬프거나 기쁠 적에는 왜 안 먹어야 나을까? 이때에는 이미 너희 스스로 마음에 생각씨를 심어서 몸을 바꾸어 놓았으니, 밥은 덧없는 덤이란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코로 맡기만 해도, 귀로 듣기만 해도, 마음으로 느끼기만 해도, 누구나 스스로 넉넉하고 배불러. 눈을 안 뜨고, 코를 안 틔우고, 귀를 안 열고, 마음을 펴지 않으니, 늘 모자라거나 없다고 여기는 곳으로 가. 한 모금이건 열 모금이건 무엇이 다르니? 비운 몸이란, 빛나려고 하는 몸이야. 비워 놓기에 새로 빚으면서 빛날 수 있어. 뭔가 먹으려 할 적에는, 늘 먼저 눈을 살며시 감고서 바람을 가만히 마시면서, 머리에 꿈을 사랑으로 띄우렴. 이러고서 무엇이든 활짝 웃고 이야기하면서 하나씩 먹으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