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10.


《꼭 한국에서만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

 레이철 백 글, 원더박스, 2017.11.1.



밤 한 시부터 하루를 연다. 새벽 여섯 시를 살짝 넘을 즈음 등짐을 꾸려서 들길을 걷는다. 이웃 봉서마을로 가서 첫 시골버스를 기다린다. 조금씩 밝는 하루이다. 고흥읍에서 여수로 가는 일곱 시 이십 분 시외버스를 탄다. 오늘은 여수남초등학교로 가서 ‘글읽눈(문해력 증진 수업)’을 들려준다. 이야기를 마친 뒤에는 글붓집(문방구)을 찾으려고 한참 걷는다. 여수 마을책집 한 곳으로 나들이를 하려고 또 실컷 걷는다. 글붓살림은 장만했지만 책집은 못 찾는다. 놀이터에서 발을 씻고 쉬다가 일찍 길손집에 들어간다. 한나절쯤 까무룩 곯아떨어진다. 밤바다를 보다가, 부릉부릉 시끄럽게 달리는 놀이꾼이 떠드는 소리를 듣는다. 《꼭 한국에서만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을 읽으며 아쉽더라. 첫머리는 새롭게 길을 나서는 줄거리였다면, 어느 만큼 지나자 슬그머니 ‘자랑’으로 바뀌었다. ‘새길을 찾아 꿈짓기’를 하는 줄거리로 채워도 넉넉할 텐데. 어떤 마음으로 나라밖을 누비면서 일짓기를 했는지 들려주면 될 텐데. 글쓴이는 이제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일찾기를 알려주는 일’을 하는 듯싶다. 이 땅에서 살아야 할 까닭도 안 살아야 할 까닭도 없지만, 어쩐지 싱겁다. 어느 나라를 골라야 하기보다는 ‘꿈·사랑’을 살피면 될 뿐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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