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0.3.
《그늘마저 나간 집으로 갔다》
고선주 글, 걷는사람, 2023.1.9.
빗방울이 듣는 하루이다. 고흥읍으로 노래꽃수다(시창작교실)를 간다. 갈수록 빗소리를 등지는 사람이 늘고, 가볍게 내리는 비조차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사람마저 는다. 아직 비를 반기는 사람이 있지만, 막상 비를 기꺼이 맞으면서 걷는 사람은 만나기 어렵다. 고흥읍에서 노래쓰기를 들려주고 난 뒤에는 17:42 시외버스를 타고서 여수로 건너간다. 저녁나절에 여천에서 내려 길손집에 든다. 일찌감치 눕는다. 이튿날 아침에는 ‘글읽눈(문해력 증진 수업)’을 펴러 간다. 잠이 모자라서 두바퀴를 달리지 않는다. 바큇살이 끊어지기도 했다. 《그늘마저 나간 집으로 갔다》를 읽었다. 어쩐지 어렵다. 아니, 담벼락이 높다. 시골사람한테는 와닿지 않을 글줄이 흐른다. 아직 곁님을 만나지 않던 무렵이며, 아직 두 아이를 안 낳고서 그저 책만 사읽던 서울살이를 돌아본다. 틀림없이 ‘서울에서 살며 책만 읽고 글만 쓰며 걸어다닐’ 적에는 이렇게 안 느꼈다. 서울에서는 온갖 시끄럽고 매캐한 기운에 휩쓸리고 싶지 않아서 책에 파묻혔고, 시골에서는 숱한 풀꽃나무랑 들숲바다하고 어우러지려고 곧잘 책을 치우고 맨몸으로 안긴다. ‘시’를 굳이 쓰려고 애쓰면 오히려 ‘시’하고 멀다. 삶을 노래하면 된다. 무당벌레가 되고 애벌레가 되면 넉넉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