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중급 2023.9.17.해.
배우려면 바꿀 수 있어야겠지. 여태 하던 대로 머문다면, 안 바꾸겠다는 몸짓이고, 안 바꾸니까 안 배운단다. 배우는 사람은 ‘여태까지 스스로 알았다’고 여긴 대목을 사르르 녹이지. 녹인 자리에는 ‘이제부터 새롭게 알자’고 여기는 대목을 입혀서 빚는단다. 조그마한 한 가지를 알려고 할 적에도 ‘예전 모습’을 사르르 녹여야 해. ‘이미 있는 몸덩어리’에 ‘작은 한 가지’를 붙여놓더라도 네 몸이 되지 않아. ‘알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안아’야 하지. ‘속으로 스며들’도록 맞아들이는 ‘안다·안기’일 적에 비로소 ‘알다·앎·알’이 될 수 있어. ‘안’으로 들어가도록 ‘안다’를 하기에 천천히 따스히 녹듯 ‘알다’로 간단다. 그러니까 바깥에 덕지덕지 붙인들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니, ‘알’ 수 없어. ‘아는 척(알은 체)’으로 굳어버려. 앎에는 높낮이가 없단다. 너희는 ‘초급·중급·고급’으로 가르던데, 어떻게 ‘초급·중급·고급’이 있니? 어떻게 ‘1등·2등……100등……꼴등’이 있어? ‘급·등’은 없어. ‘급·등’이라는 허울에 갇히는 틀(사회·체제)만 있어. 바꾸는 사람은 햇볕을 품어서 푸근하게 바꾼단다. 녹이려면 ‘해를 품는 몸짓’이어야 하거든. ‘덜’ 알고 ‘더’ 알고란 없이, ‘알다’하고 ‘안다’하고 ‘품다’가 있는 줄 바라보기를 바라. ‘무엇’을 알아보는가를 느낄 노릇이야. “이만큼 더”가 아닌, 네가 스스로 말로 그려내는 길을 바라보면 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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