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11.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박용만 글, 마음산책, 2021.2.20.



두바퀴로 면사무소를 다녀온다. 제비떼는 아직 있다. 가만히 제비떼를 올려다본다. 올해에는 퍽 오래 머무는구나. 제비떼가 바다를 건너갔어도 한참 앞서 건너갔어야 할 노릇인데. 벼베는 흙수레(능기계)로 시끄럽다. 들에는 사람이 없다. 봄논에도 들에는 사람이 없다. 벼심는 흙수레가 시끄러울 뿐이다. 요새는 여름에도 들에 사람이 없다. 여름들에는 풀죽임물을 뿌리는 커다란 바람개비가 돌아다닐 뿐이다. 이제 우리가 먹는 쌀알은 사람 발걸음을 들을 일이 없다. 흙수레가 무시무시하게 내는 시끄러운 소리만 듣고서 자란다. 예전처럼 새나 벌나비나 거미나 풀벌레나 개구리가 함께 이웃으로 지내는 들도 사라진다. 그저 쭉쭉 뻗고 열매만 내야 하는 논밭이다. 배움터(학교)도 나라(정부)도 똑같다. 사람이 사라진다. 둘레를 보라. 이제 사람은 쓸모가 없는 듯싶다. 그러니 아기를 낳을 까닭이 없지 않나? 아기를 어르고 달래며 같이 놀면서, 아기한테서 사랑을 배울 겨를이 없는데, 왜 낳겠는가? 돈을 준대서 아기를 낳지 않는다.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를 읽었다. 첫머리는 꽤 읽을 만한데 1/3을 넘을 즈음부터 ‘같은 줄거리’를 되풀이한다. 엮은이가 글을 확 도려내어 단출하게 묶었다면 아주 달랐으리라. ‘그늘’ 얘기가 얼마 없기도 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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