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곁말/숲노래 우리말꽃

곁말 68 풋글



  처음 적은 글을 그대로 옮겨서 책으로 낸 적이 없습니다. 누리집(블로그·홈페이지)에 올리기 앞서 밑글로 적어 놓고서 숱하게 손질하고 고치며, 나중에 책으로 여밀 적에도 새록새록 손보고 뜯어고칩니다. 누리집에는 으레 풋글을 올린다고 할 만합니다. 풋글이어도 굳이 올려놓지요. 애벌글을 두벌 석벌 열벌 스무벌 고치기만 해서는 끝이 안 나요. 어느 만큼 추슬렀구나 싶으면 아직 풋내가 나는 글이어도 올려놓습니다. 이러고서 다른 일을 하고 글을 쓰다가 어느 날 문득 돌아보고는 살핏살핏 또 다듬고 새삼스레 가다듬습니다. 종이에 얹어서 선보이는 책일 적에도 글손질은 끝나지 않습니다. 나중에 다시 낼 적에 이모저모 쓰다듬고 어루만집니다. 글 한 자락을 온벌(100벌)이고 즈믄벌(1000벌)이고 되읽고 다독인달까요. “나는 글을 잘 쓰지 못 한다”고 생각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풋글을 씁니다. 다 풋내기예요. 풋풋한 글을 가만히 내놓고서 여러 사람 숨결하고 손빛을 받아 하나둘 매만지노라면 어느새 풀빛글로 거듭나고, 파란하늘빛을 담는 글로 다시 태어나요. 어느 만큼 무르익는다면 이제는 풋글이 아닌 빛글로 피어나겠지요. 또는 꽃글이 될 만해요. 풋글은 씨앗글이라 할 만합니다. 씨앗 한 톨을 심어서 가꿔요.


풋글 (풋 + 글) : 가볍게·처음으로 적거나 옮긴 글. 나중에 살리거나 쓸 생각으로 몇 가지만 적거나 옮긴 글. (= 밑글·적바림·애벌글. ← 메모, 초기草記, 초기抄記, 초록抄錄)

애벌글 (애벌 + 글) : 처음으로 적거나 옮긴 글. 앞으로 더 쓰거나 고칠 생각으로 먼저 몇 가지를 적거나 옮긴 글. (= 밑글·첫글. ← 초고草稿, 초기草記, 초안, 각본, 극본, 대본, 시나리오, 본本, 설계, 도면圖面, 구상構想, 구성)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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