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재다 2023.8.24.나무.
키를 재면 뭘 아니? 키를 알까? 키를 재서 ‘어떤 키’를 알까? 다리부터 머리로 뻗은 길이를 아니? 그 길이를 재고 알아서 넌 얼마나 어떻게 사랑스럽니? 네가 사랑이라면, 네 입에서 흐르는 모든 말이 사랑이야. 어쩌다 한두 마디만 사랑일 수 없어. 어쩌다 흐르는 한두 마디는 ‘사랑’이 아닌 ‘시늉’이야. ‘시늉질·흉내질·척’, 이 세 가지는 눈속임이나 눈가림·눈비음으로 일삼는 껍데기·허울·치레일 뿐이지. 언제 어디에서나 사랑으로 있는 사람은 ‘사랑으로 있어’서 힘들까? 아니지? 스스럼없겠지. 조금이라도 ‘있는 시늉’에 ‘하는 흉내’에 ‘아닌 척’하는 이들은 하루 내내 ‘시늉·흉내·척’을 하느라 지치기도 하고, 끝내 손을 들어. 속모습을 문득문득 비추다가 확 드러내지. 자, 보렴. 왜 뭘 재야 해? 왜 재주를 부려? 왜 재미를 찾니? 오롯이 사랑이면 힘들거나 어려울 일이 없이 슬슬 풀고 맺고 짓잖아. 사랑 아닌 시늉을 하느라 기운을 빼니, 네 삶이란 없이, 꺼풀에 껍데기만 남아. 허울스런 책을 갖춘들, 많다고 재거나 자랑하려는 돈을 쌓은들, 너부터 사랑이 아니고 네 둘레에 사랑이 없어. 그저 사랑으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하렴. 못생기거나 잘생긴 사람은 없어. 못나거나 잘난 사람도, 못하거나 잘하는 사람도 없지. 그럼 누가 있을까? ‘너’와 ‘나’와 ‘우리’가 있어. 둘레에는 ‘이웃’ 숨결이 있고, 어느 곳에나 ‘바람’하고 ‘별빛’이 드리운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