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수상해 문학동네 동시집 40
함기석 시, 토끼도둑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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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2023.8.21.

노래책시렁 301


《아무래도 수상해》

 함기석

 문학동네

 2015.11.27.



  누구나 씨앗을 어질게 심고 즐거이 가꾸어 기쁘게 열매를 맺을 만합니다. 누구나 사랑을 길어올려 스스로 빛나고 서로 환하게 웃으면서 보금자리를 지을 만합니다. 나쁜풀도 좋은풀도 없이 모두 다 다르게 푸르면서 싱그러운 풀입니다. 나쁜나무도 좋은나무도 없이 저마다 다르게 우거지면서 맑게 이루는 숲입니다. 아이한테 뭘 해줘야 하는 어른이 아닙니다. 어른이 뭘 해주기를 바랄 까닭이 없는 아이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서울나라는 아이어른이 그만 제넋을 잊다가 제얼을 잃어요. 《아무래도 수상해》를 읽었습니다. 한숨을 쉬다가 생각합니다. 넝쿨을 도둑으로 빗댄다면, 마음에 사랑 아닌 도둑이 있다는 뜻입니다. 넝쿨풀이나 넝쿨나무를 몰라도 한참 모를 뿐 아니라, 스스로 사랑이 없는 속빛이겠지요. “이상한 곤충”이 어디 있을까요? “다 다른 벌레”는 있습니다. 파리가 똥을 먹거나 모기가 피를 먹기에 ‘나쁜’ 벌레이지 않아요. 아이들은 어른 곁에서 무엇을 보고 읽고 느끼는 하루인지 돌아볼 노릇입니다. 어른들은 아이 곁에서 무엇을 하고 짓고 쓰고 나누는 오늘인지 되새길 일입니다. 어떻게 써야 글(시)일 수 있을까요? 먼저 사랑씨앗을 심고, 이 사랑씨앗을 가꾸는 하루를 누리고, 이 사랑씨앗으로 살림하는 오늘을 고스란히 옮기면서, 아이랑 어깨동무하면서 노래하고 춤추는 들숲바다를 품으면, 우리 손에서 태어나는 이야기는 언제나 글(시·문학)로 피어납니다.


ㅅㄴㄹ


깊은 밤 / 녹색 복면을 한 도둑이 / 등에도 팔뚝에도 가시가 돋은 도둑이 / 손을 뻗어 담을 넘는다 (넝쿨장미/20쪽)


거울 앞에서 / 아빠가 면도를 한다 // 면도기는 수염을 먹고 사는 / 이상한 곤충 (전기면도기/42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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