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잠 2023.9.3.해.
숨결이 흐르는 몸을 입으면, 누구나 잠을 이루지. 몸을 안 입는다면 잠을 이루지 않아. 몸을 써서 무언가 하고, 하는 대로 무엇이든 마음에 담으려면, 움직여서 몸을 쓰고 느끼고 보고 겪는 대로 하나하나 새기려고 잠을 이루지. 잠이란, ‘몸에 깃든 이야기’를 ‘마음으로 옮겨’ 담거나 놓을 틈이라고 할 만해. 잠을 이루지 않으면, 마음에 이야기를 옮기거나 담을 틈이 없으니, 몸에는 이야기가 쌓이고 겹치다가 그만 엉키거나 꼬이거나 뒤틀려. 그래서 이때에는 몸이 ‘엉키거나 꼬이거나 뒤틀린 이야기’를 말끔히 털려고 앓아. 앓는 동안에는 모든 이야기를 사르르 녹여. 몸이 홀가분해야 새로 움직여서 삶을 누릴 만하거든. 그동안 쌓은 이야기를 훌훌 녹이고 털면, 비로소 몸이 가볍기에, 새롭게 하루를 맞이하면서 기운을 내어 움직인단다. 몸은 ‘끝’이 있어. 마음은 ‘끝’이 없어. 일부러 ‘끝’을 두는 몸이기에 삶을 느끼고 보고 맞이한단다. 끝이 없다면 너희 몸은 그만 수렁에 잠겨서 썩어문드러지지. 그런데 썩어문드러진 채 몸을 이으니, ‘앙금이 쌓여 옴쭉달싹 못하는’ 덩어리에 갇힌단다. 마음은 가없는 빛바다야. 그래서 마음에는 무엇이든 얼마든지 옮기고 담아. ‘빛으로 이룬 끝없는 바다라는 그릇’이 마음이야. 너희는 이 마음을 밤마다 고요히 누리기에 아침마다 몸을 말끔히 일으켜세우지. 그러니, 푹 자렴. 애쓴 몸에 담은 이야기를 마음에 옮기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