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3.8.29.

숨은책 856


《남북 공동성명은 무엇을 뜻하나》

 편집부 엮음

 문화공보부

 1972.



  어깨동무를 바란다면 어깨를 겯으면 됩니다. 손잡기를 바라면, 손에 쥔 모든 총칼을 내려놓고서 맨손을 맞잡으면 됩니다. 어깨동무나 손잡기는, 누가 먼저 나서야 하는 일이 아닙니다. ‘싸움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뜻’이 아닌 ‘함께 즐거이 하루를 짓고 나누면서 누리려는 꿈’이 있을 적에 어깨를 겯거나 손을 잡아요. 1972년에 나온 《남북 공동성명은 무엇을 뜻하나》는 우두머리가 앞장서서 하는 일이라면 모두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덧바르는 꾸러미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즈음 ‘어깨동무·손잡기’를 맨손으로 바란 숱한 사람들은 두들겨맞고 짓밟혔을 뿐 아니라, 사슬터로 끌려갔고 목숨을 빼앗기기까지 했습니다. 예나 이제나 나라(정부)는 사람들 눈귀를 속이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합니다. 다만, 우리 스스로 눈을 뜨려 하지 않기에 나라가 속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눈을 뜨고 귀를 연, 어질고 슬기로우면서 참다운 사랑으로 하루를 지을 적에는, 아무리 나라가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밟고 속이고 닦달해도 참빛을 가리거나 감추지 못 해요. 하나되기는 ‘공동성명’ 따위로 못 이룹니다. 한길(통일·통합)을 이루려면, 수수한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만나고 어울리는 열린마당을 펼 수 있으면 됩니다. 겉발림은 그저 허울에 허물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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