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화났어 2023.6.17.흙.



즐거워서 콧노래가 나올 적에, 누가 알아보기를 바라지 않아. 누가 보거나 듣거나 말거나 저절로 흐르는 콧노래야. 기뻐서 번쩍 뛰어오르거나 두 손을 치켜들거나 활짝 웃음을 터뜨릴 적에, 옆이나 둘레에 누가 있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아. 그저 스스로 뛰고 달리고 웃고 춤추고 노래하다가 눈물까지 맺으며 기뻐한단다. 이와 달리 불(화)이 나면, 누가 앞이나 옆에 있든 끝까지 활활 타오르면서 몽땅 죽이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내. ‘불쟁이(화쟁이)’는 누가 꼭 저를 알아보기를 바라면서 활활 태우거나 부수거나 깨거나 죽이려 들지. 즐거움·기쁨은 스스로 우러나면서 스스럼없이 둘레를 햇빛·별빛으로 물들이는 사랑이야. 불질(화내기)은 스스로 숨결을 갉고 깎으면서 둘레까지 같이 갉고 깎아서 같이 죽음수렁에 빠지자고 하는, 모두 잿더미로 물들이려는 굴레이지. 그래서 아이나 어른 모두 ‘불났어(화났어)!’라는 마음을 확 퍼뜨려서 “제발, 날 알아보고! 나한테 맞춰!” 하고 내달린단다. 스스로 살림길로 나아가는 숨빛이 아니니, 자꾸 둘레를 쳐다보고 매달리면서 “날 보라고! 내가 이렇게 불났으니, 날 알아보라고! 나한테 굽신거리지 않으면 다 태워버리겠다고!” 하는 ‘죽음외침’이라고 할 만해. ‘불쟁이’는 나무랄 수 없어. “불난 네가 잘못이야!” 하고 따지면 더 불타다가 터진단다. 불을 어떻게 끌까? 불쏘시개를 치우고 ‘차갑게’ 식혀서 ‘참나(참빛)’를 알아보도록 달래야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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