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붕괴 2023.6.11.해.
집을 새로짓고 싶으면 어떻게 하니? 이미 있는 집을 깔끔히 허물어야겠지? 새로서려면 여태까지 서서 흘러온 모든 뼈대에 받침에 기둥에 알맹이에 속살에 몸뚱이까지 몽땅 치워야 하지. 하나라도 남기지 않는단다. 너희 몸도 늘 새빛으로 갈아입는 줄 알까? 겉보기로는 ‘늘 그대로’이거나 ‘늙어간다’고 여길는지 모르지만, 너희가 ‘나이에 따라 낡아야 한다’고 여기면서 이 ‘빛씨’를 마음에 실으니까, 너희 몸은 너희가 마음에 심은 빛씨를 삶으로 펼쳐서 고스란히 받아들이지. 그렇기에 ‘낡고 늙’는단다. 보렴. 힘들거나 지쳐서 몸을 쉬잖아? 쉬고 나면 어떻게 기운이 새로 솟을까? ‘힘을 다 썼다고 여기는 몸’에 너희가 ‘빛씨’를 심어서 폈기 때문이야. 너희가 “이제 쉬고서 새로 일어나야겠다” 하는 뜻을 ‘빛씨’로 영글어서 마음에 심으니 그대로 이루지. 기쁘거나 거북하거나 좋거나 싫을 적에 “아! 먹을 때가 아니야!” 하고 여기니, 안 먹어도 배부르단다. 기쁘거나 슬퍼서 “아! 먹어야겠다!” 하고 여기면, 잔뜩 먹어도 아직 배고파서 자꾸 먹어야 하지. ‘빛씨’를 마음에 품어서 몸으로 펴려면, 너희는 이때까지 ‘그대로 두던 틀(몸)’을 모두 흩뜨려야 해. 이를 ‘붕괴’라는 한자말로 가리키기도 하는데, ‘흩어’ 놓고서 ‘새로 흐르’도록 바꾸는 길이란다. ‘흙’을 봐. 흙은 덩이일까? 알갱이일까? 흙은 늘 흩어진 알갱이로 있는 듯하지만, ‘흩어진 채 있다’가 ‘씨앗을 받아들여 품을’ 적에 새몸으로 틔우려고 ‘기운을 흘려보내어 새숨이 흐르’도록 한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